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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비리 원천봉쇄" 환경공단 설계심의제도 달라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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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57회 작성일 12-02-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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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과정 CCTV 공개, 심의위원 접촉금지 등 비리차단에 초점

  지난 18일 한국환경공단에 검찰 수사관 50여명이 들이닥쳐 턴키 심의위원과 관련 부서장 등 43명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공개됐다.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등이 턴키 설계심의위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여기에 언론들의 설레발이 더해지면서 사태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평소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거나, 속보경쟁에 치우친 일부 언론들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박승환 이사장이 마치 턴키심사 비리에 연루된 듯 보도한 것이다. 보도는 자극적이었고, 소셜네트워크는 난리가  났다.

  물론 이사장은 연루되지 않았다. 이사장실 압수수색도 없었다. 턴키 설계심의에 관여할 정도로 박승환 이사장이 토목ㆍ플랜트 분야에 조예가 깊거나 설계심의 과정에 정통하다면 그야말로 기삿감인 상황이었다.

  사건 1주일 후에 방문한 인천 환경공단 본사의 내부 분위기는 침울했다. 기관장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얼굴 전체에 피로감이 짙었다. 발주기관이라면 심심치 않게 불거지는 입찰심사비리 의혹도 환경부같이 작은 부처에서 발생하면 상처가 깊게 남는 모양이었다. 이익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 환경부는 비리 사건 처리에 익숙지 못해 시종일관 사태를 회피했고, 공단은 청와대와 환경부 양쪽의 압박을 받으며 사태를 무마시켜야 했다. 담당 직원들은 이번 일을 떠올릴 때마다 인상을 구겼다.

 “지쳤다.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정말 괴로울 것 같다.”

환경공단의 턴키 설계심의는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깐깐해졌다. 공단의 말을 빌려 설명하면 다른 기관 발주처보다 좀더 ‘청렴’해졌다. 건설사에는 ‘지나치게 까다로워’진 부분도 있다. 달라졌다면 대비해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건설경제>가 올해부터 달라지는 환경공단의 설계심의제도를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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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정보 공개, 100% 접촉 차단

 
환경공단 공사는 중견건설사들엔 단비 같은 존재다. 아직도 토목공사에 매달려 연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설사가 있다면 지금 바로 일어나 회사 폐업신고부터 해야 한다. 환경플랜트 공사는 굵직하진 않아도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반값에 공사를 했다느니 하는 죽는 소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공사를 통해 실적을 쌓으면 해외진출도 가능하다. 환경산업 해외진출에 대한 정부 지원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 말이다.

  문제는 환경공단이 입찰심사비리 의혹을 거치며 설계심의제도를 대폭 강화한 점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입찰 참여도 힘들게 생겼다. 유찰되는 한이 있더라도 심의제도는 엄격히 준수하겠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다.

  달라진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새롭게 편성된 설계심의분과위원 44인이 대부분 공무원 혹은 공단 내부 직원으로 구성됐다. 특히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상ㆍ하수도와 폐기물, 토목 분야에는 연구기관 및 학계 심의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모두 공무원과 공단 직원으로 구성됐다. 심의위원 선정은 입찰자 몫이다. 뒷말이 나올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턴키 설계심의 절차에서 공동설명회가 2회로 늘어났다. 대부분 발주처가 공동설명회 한 번에 입찰업체의 심의위원 개인과의 접촉을 사전허가를 통해 허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공단은 공동설명회 두 번에 개인 접촉은 완전히 차단했다. 설명회 두 번에 위원별 질문서 제출, 업체 간 질문서 제출, 상대업체 간 질문항목 확정, 보충 추가질문 과정까지 거치는데 개인적 접촉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심의과정은 CCTV를 통해 공개되고, 평가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창원시 창원소각장 1호기 대보수사업 기본설계 적격심의’를 살펴보면 동부산업 컨소시엄이 한라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적혀 있다.

심의위원 윤리강령도 대폭 강화돼 만약 입찰업체와 사전 접촉한 사실이 발각되면 그 즉시 아웃된다.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같이 강화된 제도는 턴키입찰, 대안입찰, 기술제안입찰에 모두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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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창 한국환경공단 환경보건처 기술심사팀장에게 듣는 달라진 설계심의제도

 

 타 기관과 비교해 설계심의제도 강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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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 기관들은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구상만 하고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곳이 다수인 점을 감안할 때 환경공단의 턴키심의 제고 대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부분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가.

 CCTV로 설계심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유일하다. 그러나 환경공단은 LH와 달리 심의과정을 공개할 만한 공간이 없다. 그럼에도 CCTV 공개를 결정했다. 청렴도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심의과정 중에 환경부 감사관실 관계관이 입회하고, 평가결과 및 평가사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동시에 환경부에 보고도 할 계획이다. 또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유관기관과 교차 감찰을 실시하면서 보완해 나가려 한다.

 달라진 내용을 보니 건설사가 주의할 부분보다는 설계심의위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느낌이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심의위원에 대한 처벌기준이 상당히 강화됐다. 기존에는 위원 위촉 후 평가 때까지 입찰업체의 사전설명 금지를 위반했을 시 해당 업체에만 감점을 부여했지만, 개선안에서는 해당 위원을 아예 해촉시키기로 했다.

 공무원과 공단 관계자가 심의위원에 대거 참여했지만, 공단 퇴직자가 건설업체에 입사해 후배 심의위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런 폐단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퇴직자든 현직 직장 상사든 심의위원에게는 현재 심사 중인 입찰 건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내부규정을 정했다. 심의위원 해당 부서원 모두에게 청렴 교육을 실시해 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또한 내부위원 중 5년 안에 정년을 맞는 사람은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래도 담합하려는 민간기업의 의도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담합 유혹이 높은 턴키방식에 의한 공사를 점차 줄여 나갈 방침이다. 대신 담합 가능성이 낮은 기술제안 입찰방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턴키심의 시 내부위원 활동은 인사권으로부터 제약될 우려도 있어 인사권을 이사장 직속으로 분리하고 상ㆍ하수도와 폐자원 관련 입찰업무는 심의위원이 100% 내부직원이기 때문에 전문관을 지정해 장기근무를 유도토록 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달라지는 점을 크게 3가지로 압축한다면.

청렴도 제고, 입찰자ㆍ발주자ㆍ심의위원 간의 소통강화, 정보 완전 공개다. 설계심의분과위원은 점차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전문성을 갖추고 심사를 추진해 다시는 이번과 같은 입찰비리 의혹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발주기관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고 자부한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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