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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과도한 조사가격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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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48회 작성일 11-12-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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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단가 적정성 판단 기준 퇴색-'공사비 삭감도구'로 전락

<탐사기획> 중 - 과도한 조사가격 사정

 #1. 수도권의 1등급 업체인 E사는 올해 나온 최적가공사를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적자시공을 감안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조달청ㆍLHㆍ수자원공사에서 발주한 42건의 최저가공사의 가실행을 뽑은 결과 8건을 제외한 나머지 34건의 실행률이 10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5건 중 4건은 일반관리비를 빼더라도 적자시공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2. 대형업체인 F사는 올해 최저가로 나온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수주한 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액적으로는 대규모이지만 낙찰금액이 설계가의 약 50% 수준이기 때문이다. F사 관계자는 “비슷한 공사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 견적팀과 기술팀에서 최대한 짜고 있지만 실행률을 100% 이내로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최저가공사는 무조건 마이너스 10%의 수익률로 입찰한다”는 한 건설사 견적팀 관계자의 말마따나 건설업체들은 최저가공사의 실행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실적공사비와 더불어 조달청의 조사가격 사정을 꼽고 있다.

 조사가격 사정이란 공공공사의 최대 발주처인 조달청이 정부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기관 및 지자체 등 수요처에서 작성한 설계단가를 받은 뒤 자체적으로 수집한 조사가격를 적용해 설계단가를 재조정하는 절차이다. 조사가격 사정을 거쳐 나온 가격이 입찰공고문에 붙이는 기초금액이 된다.

 조달청의 조사가격은 전문건설업체로부터 직접 견적 등을 받아 조사한 시장시공가격 및 공통자재가격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특별한 시설공사의 경우에는 공사여건에 맞게 조사해 단가를 재조정(수시조사가격)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사가격 사정이 설계단가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닌 공사비 삭감의 도구로 쓰여진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조달청에서 발주한 500억원 이상 공사 25건의 총 설계금액은 2조4523억원인 반면 총 기초금액은 2조2295억원이었다. 약 2228억원(9.09%)이 조가가격 사정을 통해 삭감된 것이다. 지난달 입찰을 실시한 동탄 택지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의 경우 설계가 대비 13.16%인 294억원이 삭감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많았던 지난해 역시 500억원 이상 공사 35건 가운데 설계가 대비 10% 이상(평균 7.83%) 삭감된 공사가 9건이나 됐다.

 중견업체 견적팀 관계자는 “예전에도 조사가격 사정이 있었으나, 지금처럼 과도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설계가에서 평균 8~9% 정도 삭감되는 것이 관례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예산절감 10% 운동을 펼치면서 조사가격 사정이 더욱 강화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업체들은 실적공사비 제도 하에서 조사가격 사정은 ‘이중삭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단가를 뽑을 때 대부분 실적공사비로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조사가격 사정을 통해 약 10% 내외로 한번 더 깎이니 적자시공이 불가피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F사의 공유수면 매립공사의 조사가격 사정률은 무려 19.89%를 기록했다. 설계금액의 절반에 수주한 이유이다.

 실적공사비의 적용을 받지 않는 100억원 미만의 적격공사도 조달청으로 발주의뢰가 들어오면 조사가격 사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실 조사가격 사정에 사용되는 시장시공가격 등은 실적공사비에 없는 항목만 조사해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적공사비와 겹치는 항목도 있으며, 이 경우 시장시공가격이 실적공사비보다 낮은 것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2011년 하반기 1t당 철근가공조립(간단)의 실적공사비는 29만8940원으로 발표돼 있는 반면 시장시공가격은 27만3830원으로 돼 있다. 약 1만5000원 차이지만 물량이 많으면 무시못할 금액차가 된다. 수도권의 업체 관계자는 “물량이 많은 항목에 시장시공가격을 적용해 버리면 공사비가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실적공사비와 같은 항목의 시장시공가격은 실적공사비로 적용할 수 없는 규격 등에 대해서만 보완재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F사의 공유수면 매립공사의 경우 수요처에서 준설에 대한 단가를 잘못 책정해 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발주처들도 조달청의 조가가격 사정과 같은 절차를 가지고 있다. 주택사업을 주로하는 LH의 경우 시장시공가격과 같은 CITIS를 운영하고 있으며, 철도시설공단ㆍ도로공사 등은 조달청의 총사업비 검토를 통해 설계단가의 평균 10% 정도 삭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다른 조달청 관계자는 “시장시공가격은 임의대로 만든 것이 아닌 2007년부터 청장의 결제를 맡아 조사 수집한 단가이다. 현실 단가와 괴리가 발생할 경우는 재조사해 단가를 조정하기도 한다. 또한, 실적공사비 항목이 확대됨에 따라 조사 항목이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조사가격 사정 역시 무조건 설계단가를 삭감하는 것 아니다. 설계내역서의 오류를 찾아내 터무니 없이 낮은 단가는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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