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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리포트> 미국의 발주방식 변천과정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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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785회 작성일 11-12-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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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설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획ㆍ설계ㆍ시공의 과정을 거친다. 전통적으로 시설물 건설의 기획은 발주자(owner)가 수행하고, 설계는 설계자(architect/engineer)에게, 시공은 시공업자(builder/constructor)에게 각각 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직접 수행과 도급의 결정은 그 시대의 경제적 환경과 기술 수준, 시설물을 건설하는 목적과 발주자의 역량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발주자가 시설물 건설의 프로젝트를 설계자 및 시공자에게 어떻게 외주(도급)를 줘 수행하는가에 대한 발주방식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발주방식이란 발주자가 시설물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서비스 중 설계ㆍ시공 서비스를 어떠한 결합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면서 외주를 주어 완성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설계ㆍ시공 분리 방식(Design-Bid-Build), 설계ㆍ시공 일괄 방식(Design-Build), CM At-Risk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발주방식은 대부분 미국의 것을 모방했거나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그 변천과정을 이해하면 우리 발주방식의 개선방안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발주방식 변천

 미국의 프로젝트 발주방식 변천과정을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 1970년대까지는 주된 발주방식인 디자인-비드-빌드(Design-Bid-Build) 방식이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디자인-비드-빌드에 패스트 트랙(fast-track)과 Agency CM(Construction Management)을 혼합하여 사용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디자인-비드-빌드, 디자인-빌드(Design-Build)와 CM At-Risk 방식의 다양한 발주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사실 시간을 두고 사용되고 있지만 패스트 트랙, 디자인-빌드, Agency CM, CM At-Risk 등의 방식이 태동한 시기는 1960년대 중반이다. 전통적 발주방식인 디자인-비드-빌드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먼저 이러한 새로운 프로젝트 발주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한 1960년대의 건설업 환경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에 연 1% 정도이던 인플레이션이 1968년 4.2%, 1969년 5.5%을 기록하였다. 인플레이션은 정해진 예산의 구매력을 감소시켜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거나 증액하기 어려운 공공발주자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즉, 높은 인플레이션은 건설사업의 발주자로 하여금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건설사업의 시행과 관리의 새로운 해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하였다.

이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건설 프로젝트가 대형화되고 복잡해져다는 점이다. 건설사업의 복잡성과 대형화는 공사비 증가와 공기의 지연을 가져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발주자는 설계자에게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견적전문가를 참여시키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공사가 설계 단계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했다. 전통적인 디자인-비드-빌드 방식 하에 설계자의 영역이었던 많은 사안들에 대해서 시공사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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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미국의 발주방식 변천과정


 패스트트랙 방식과 Agency CM 서비스 등장 배경

 1960년과 1970년대에 이러한 전통적인 디자인-비드-빌드 방식은 클레임, 분쟁 및 공사지체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고, 문제를 해결을 위해 Agency CM과 패스트 트랙이 도입됐다. Agency CM은 발주자로부터 수수료(fee)를 받고 발주자의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서 프로젝트 관리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expertise)을 이용하여 발주자를 컨설팅하는 컨설턴트(consultant)이다. Agency CM은 그 자체로서는 발주방식이 아닌 프로젝트 관리방식이며 모든 발주방식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사기간의 장기화는 발주자 예산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므로 발주자는 공기압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인 패스트 트랙을 요구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디자인-비드-빌드 방식에 패스트 트랙을 가미한 방식도 시도됐다. 패스트 트랙은 기획ㆍ설계ㆍ시공 등이 각 단계별 완료 후 이뤄졌던 디자인-비드-빌드 방식과는 달리, 기획단계가 완료되기 이전에 설계가 이루어지고 설계가 완성되기 이전에 시공을 착수하는 발주방식이다

 또한, 건설사업의 대형화ㆍ복잡화 및 건설사업 참여 주체의 다양화는 보통 발주자가 감당할 수 있는 관리 수준을 넘어서는 공사관리를 요구하였다. 즉, 기존의 발주자들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건설사업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지니지 못하였다. 따라서 건설사업을 종합적으로 관리(management)하는 새로운 주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결국 설계와 시공이라는 구도 속에서 진행되어 왔던 프로젝트가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면서 이를 발주자 입장에서 총괄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고 그것이 CM 서비스였던 것이다(<그림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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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전통적 생산과정과 패스트트랙 생산과정


 디자인-빌드 방식의 태동

 디자인-빌드 방식이란 발주자가 설계서비스와 시공서비스를 하나로 결합하여 하나의 조직체(single entity)와 하나의 계약(one contract)을 체결하여 설계서비스와 시공서비스를 제공받는 발주방식이다.

 전통적인 디자인-비드-빌드 방식에서도 패스트 트랙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시공자는 설계가 어떻게 완성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공을 해야 하므로 시공과정에서 설계변경(change order)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발주자는 비용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패스트 트랙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설계자와 시공자의 협력관계가 필수적인데 디자인-비드-빌드 방식에서는 설계자와 시공자가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으로 공사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디자인-빌드 방식을 이용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설계자가 성능시방서(performance specifications)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성능시방서란 구조물이나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기능적인 요구조건(functional requirements)을 기술하는 방식의 시방서로, 구조물이나 시스템이 완성된 이후에 갖추어야 할 기능적인 면을 기술하지만 어떻게 시공해야 되는 지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기술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능시방서인 경우에는 시공자가 기능적인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상세한 설계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설계에 대한 책임은 설계자가 지고, 시공에 책임은 시공자가 진다는 원칙이 무너지게 되었다.

 CM At-Risk 방식 도입

 Agency CM이 발주자에게 발주자가 프로젝트 관리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CM At-Risk은 컨스트럭션 매니저(construction manager)가 시공이전단계(pre-construction phase)에서 시공이전서비스(pre-construction service)를 발주자에게 제공하고 위험부담약정(At-Risk agreement)에 따라 시공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발주방식이다.

 Agency CM은 발주자에게 비용보다 더 많은 편익을 제공했지만 Agency CM의 잘못으로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표준적인 주의 의무(professional standard of care)’를 해태하지 않는 한 금전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부 발주자는 Agency CM을 사용할 수 없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또한, Agency CM은 설계자와 Agency CM 모두에게 일정검토ㆍ기성금확인ㆍ품질관리(scheduling review, progress payment certificate and quality control) 분야에서 동일한 책임을 중복적으로 위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설계자와 Agency CM 모두 이와 같은 업무에 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발주자는 Agency CM의 편익도 이용하고 CM에게 가격ㆍ시간ㆍ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CM At-Risk를 사용하게 되었다.

 

 미국 발주방식 변천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 프로젝트 발주방식은 전통적인 설계ㆍ시공 분리방식을 사용하다가 1977년 서양의 디자인-빌드 방식을 도입한 설계ㆍ시공 일괄 방식을 도입,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CM At-Risk 방식을 건설산업기본법에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설계ㆍ시공 일괄 방식을 도입한 근거는 미국과 같이 공사가 대형화되고 복잡화 되는 시기였고, 해외건설 수주가 확충되는 시기였다. 명시적으로 표현은 되고 않고 있지만 최저가낙찰제를 회피하고 대형업체들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세부적인 정책 개선도 설계ㆍ시공 일괄 방식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많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설계ㆍ시공 일괄 방식이 기존의 설계ㆍ시공 분리 방식과 가장 큰 다른 점은 설계와 시공간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발주방식이데 제도 운영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설계ㆍ시공 일괄 입찰 방식도 설계와 시공을 연계시켜서 얻을 수 있는 발주 방식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또한, 현재에 논의되고 있는 CM At-Risk 도입에 관해서도 설계ㆍ시공 일괄 방식과의 차이점에 착안하지 않고 CM At-Risk 방식은 선진화된 발주방식이므로 도입해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CM At-Risk와 설계ㆍ시공 분리 방식의 차이점은 앞에서 지적했듯, 시공자가 시공 이외에 시공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패스트 트랙이 가능한 발주방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CM At-Risk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는 발주자가 공사기간을 압축할 필요성이 있고, 발주자가 시공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CM At-Risk를 도입한 미국 주정부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유로 엄격하게 제한하여 CM At-Risk를 허용하고 있다. CM At-Risk를 채택할 수 있는 조건을 캔자스주의 경우 다음과 같은 5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CM At-Risk가 전통적인 디자인ㆍ비드ㆍ빌드 방식보다 실질적인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절약하여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최종사용자의 필요성에 의하여 설계 과정과 시공 과정을 중첩하는 능력이 필요한지 여부 △비상상황에서 야기된 것을 회복하기 위하여 일정을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 △프로젝트의 과정이 고도화되고 기술적으로 복잡해서 설계와 시공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자와 시공자의 통합팀이 필요한지 여부 △CM At-Risk를 적용하는 경우 정실주의(favoritism)가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경쟁을 실질적으로 저해하지 않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자연재해 또는 비상사태와 같이 공사기간을 압출할 필요성이 있거나,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에만 CM At-Risk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고, △비용을 통제할 필요가 있어야 하고, △프로젝트가 독특(unique)하여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복잡성이 요구되는 시공방법이 필요한 경우이다.

이의섭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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