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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스톡데일 패러독스와 건설경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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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11-11-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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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GS건설 경제연구소장)

언제 풀려날 지 기약없는 전쟁포로들이 있다고 치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가족과 상봉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비관론자? 당연히 아닐 것이다. 풀려날 가능성이 없다고 절망한 사람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면 낙관론자? 이 또한 아니라는 것이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교훈이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8년간의 수감생활중 스무차례나 고문을 당했지만, 마침내 풀려나 미국의 3성장군이 되었던 인물이다. 스톡데일에 따르면, 기나긴 수감생활을 견뎌내지 못했던 사람들은 낙관론자들이었다. 낙관론자들은 이번 크리스마스때는 나가겠지, 내년 부활절 때는 나가겠지, 추수감사절 때는 나가겠지 하는 희망을 품다가 결국은 상심하여 죽어갔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을까? 반드시 풀려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면서, 눈앞에 닥친 현실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한 현실주의자들이 살아 남았다.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의 저자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이처럼 한편에서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최종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는 이중성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불렀다.  “위대한 기업들은 성장과정에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내포하고 있는 이중성으로 대처했다”는 것이 짐 콜린스의 평가다.

 연말이 다가오다 보니 내년 경기전망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경제 전망부터가 더블딥을 운운하고 있다 보니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대 후반이 대세인 것 같다. 건설경기 전망이라고 해서 다를게 없다. 경제성장 둔화와 선거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감안하면, 내년 건설시장은 금년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공건설시장부터 보자. 내년 중앙정부 SOC예산안은 금년보다 1.8조원이 줄어든 22.6조원으로 편성되었다. 공기업과 지자체는 과도한 부채와 세수 부족 등으로 인해 공공건설투자를 늘릴 형편이 못된다. SOC예산은 절대규모도 줄지만, 완공위주 투자로 인해 신규사업은 금년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물량이 줄어들면 가격경쟁이 더 심화되면서 수익성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표적인 대권주자들까지 나서서 SOC예산을 줄여 복지예산을 확충하자고 한다.

 민간 수주물량은 원체 작년과 금년이 어려웠기 때문에 내년에도 크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주택경기의 침체 국면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년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반짝했던 지방주택경기는 하반기 들어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이나 뉴타운사업도 지연되거나 축소될 것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으로 한강 르네상스 계획은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없겠지만,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규제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 같다. 보금자리주택은 내년에 18만호 내외 수준에서 공급될 예정인데, 이 또한 민간주택건설업체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PF 부실화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기도 계속될 것이다.

 상가·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민간 비주거시설도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과잉공급의 여파로 내년에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유럽·미국·일본·중국과 같은 거대경제권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둔화되면서 수요가 줄어 들자 국내 대기업의 공장건설 등 설비투자도 지연되거나 축소되는 추세다.

 결국 내년에는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어렵기 때문에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도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미래성장을 위한 대형 국책사업을 발굴하고 기획할 필요가 있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와 같이 가격경쟁 중심으로 입낙찰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기술과 품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만성적인 초과수요와 공급부족 상황을 전제로 투기억제에 초점을 둔 각종 주택규제의 획기적인 완화 내지 폐지가 필요하다. 보금자리주택도 일방적인 정부계획에 따라 공급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 주택수급 상황을 감안하여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도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내년 선거를 전후하여 정치리더십의 공백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는 SOC투자확대나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이슈가 아니다. 복지 확대, 청년실업 및 양극화 해소, 상생·공생, 공정사회 등이 예상되는 이슈다. 또한 차기 정부는 4대강 사업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MB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다. 아마 내년 대선 이후 새로 출범할 정부도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 주지 않을 것 같다.

 건설경기 침체가 내년에는 바닥을 찍을까?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견주어 보면, 이같은 질문은 “이번 크리마스때면 풀려나지 않을까?” 하는 낙관론자들의 기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앞으로도 3∼5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건설경기도 그 정도 세월이 지나야 회복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업계도 경기침체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짐 콜린스는 낙관론자를 타이르는 스톡데일의 이미지를 품고 다니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린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에 대비하세요”라고.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년, 어쩌면 내후년까지도 건설경기 회복이 어려울 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극복하지 못한 위기가 없고, 이번 위기도 언젠가는 반드시 해소될 겁니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우리 건설시장의 변화를 이해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책을 마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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