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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국가계약법령 소급적용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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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19회 작성일 11-04-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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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부동산ㆍ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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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서 특혜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위층 자녀의 특혜채용이 온 나라 장삼이사들을 열받게 했는데 최근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특권층에게 예금을 인출한 일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처럼 특혜시비가 잦다보니 역으로 특혜로 오인받을까봐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격언처럼 괜한 오해를 살까봐 염려해서다.

 지난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의 소급적용 문제를 놓고 특혜시비가 불거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개정안은 부정당업자에게 2년 이내 범위에서 공공공사 입찰참가를 제한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위반행위가 경미한 경우에 한해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논란이 된 것은 개정규정을 소급적용하는 문제인데, 결국에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내려졌다.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서다.

 그동안 국가계약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지켜져온 하나의 원칙이 있다. 계약 상대방에게 유리한 개정인 경우에는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소급적용에 관대했고, 반대로 불리한 개정인 경우에는 시행을 발효시점부터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는 점이다. 국가계약법령의 조문을 살펴보면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이나 계약이행 보증방법의 변경과 같이 계약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규정을 개정할 때는 여지없이 개정법령의 시행 전 체결된 계약에까지 소급해 적용했다. 반대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제한을 강화하는 것과 같이 계약 상대방에게 불리한 규정은 시행 이후 제한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엄격히 적용했다.

 이번 개정안이 입찰참가제한을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은 부정당업자 제재의 처벌을 입찰참가제한으로 단정한 현행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즉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범위가 모호한 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입찰참가를 제한함에 따라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보완책인 것이다. 당연히 계약 상대자에게 유리한 방향의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개정안은 보다 많은 계약 상대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소급적용할 수 있는 부칙을 달았어야 옳았다. 이것이 그동안 국가계약법령의 개정과정에서 지켜온 원칙이다. 안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것이 특혜이지 과거 오랜 기간 지켜온 원칙을 유지하는 것을 특혜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지나가 기회를 잃은 경우를 두고 ‘버스 떠난 뒤 손 흔든다’는 표현을 쓴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한 번 떠난 버스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국가계약법 개정안은 이미 기재위를 거친 관계로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기재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놓고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일지 모른다.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버스정류소에 서 있다 보면 떠나간 버스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드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혹시 버스기사가 옆거울을 통해 손 흔드는 모습을 보고 가다가 멈춰 서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국가계약법 개정안도 기재위 손을 떠났지만 아직 법사위가 남아 있어 한 가닥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특혜 주는 것을 경계해야겠지만 특혜시비를 우려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서도 안 된다. 법사위에서 국가계약법 개정안의 소급적용 문제가 특혜인지 원칙인지를 명확히 가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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