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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연말 실적주의를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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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26회 작성일 10-11-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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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부동산ㆍ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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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년간 건설사들의 수주목표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해마다 전년대비 일정비율 상향된 목표를 정해놓고 앞만보고 달려왔다. 건설사들은 목표달성을 위해서 앞뒤를 재지 않았다. 실행을 따지지 않고 반토막에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고 주택경기를 맹신해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땅에다 아파트를 짓기도 했다.

 1999년 51조 규모였던 국내건설공사 수주액 규모는 2006년 107조로 배 이상 커졌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128조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120조를 전후한 수주액 규모가 형성됐다.(건설협회 통계자료) 여기에는 공공부문의 자연스런 물량증가와 주택시장 붐으로 인한 민간부문의 확장이 큰 역할을 했지만 매년 반복되는 건설사들의 수주목표 늘리기도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건설사들의 전년 실적이 다음해 수주액 규모를 키우는 일이 반복돼온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실적주의는 얼마있지 않아 화를 불러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수주해 놓은 실적들이 오히려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수조원대의 수주잔고를 갖고 있는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하루아침에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올해도 이제 두달밖에 남겨 놓지 않고 있다. 이때는 한해 성과를 되돌아보고 내년의 전략을 짜야하는 시기다. 하지만 지금 건설사들의 사정은 내년까지 생각할만한 여유가 없다. 당장 올해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건설사들의 수주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형사들 대부분이 올해 목표액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 30%도 안되는 건설사도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올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예년 같으면 공공부문의 경우 연말에 물량이 몰리는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정부의 예산부족으로 물량을 기대하기 힘들다. 민간부문도 일부 지방에서 분양시장이 살아나고는 있지만 아직 기대난이고 도시정비사업은 공공관리제도의 시행으로 서울지역 물량이 끊기면서 사실상 판을 접은 상태다.

 따라서 건설사들의 올해 수주실적은 지금까지의 성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실적주의의 유혹이다. 실적과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는 기업문화에서 목표달성의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목표달성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무리수를 둬서라도 실적을 채우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수익성이야 어떻든 간에 목표를 채우면 한해 더 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설사들의 실적주의가 4분기 중에서도 연말에 가까워질 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적주의의 폐해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무리한 공사수주를 빗대 “공사를 수주한 하루만 웃고 이후 공사가 진행되는 몇년간은 울어야 한다”는 우스겟말이 있듯이 수년간 조금씩 나타난다. 이런 것이 쌓여서 수조원의 수주잔고를 둔 건설사가 쓰러지는 일이 벌어진다. 더욱이 실적주의는 한 건설사만 쓰러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정가격에 공사를 수주하려는 다른 건설사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아, 결국에는 건설산업을 피폐하게 만든다.

 실적주의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설정이 원인이다. 무조건 전년의 실적보다 많은 수주목표를 설정해야 용납되는 건설사들의 분위기가 문제다. 연말 실적주의를 경계하자.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수준에서 내년 목표를 잡자. 이것이 건설사들이 살고 건설산업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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