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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창의성까지 폄훼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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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산업관계연구소 댓글 0건 조회 1,196회 작성일 09-12-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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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용 부동산·자재팀장
 한때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렸던 두바이가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모래 바벨탑’으로 전락했다. 상상력을 세일즈하는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던 세이크 모하메드의 경제운영 방식 또한 도마에 올랐다. 무분별한 개발 프로젝트의 추진과 사업확장이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이것이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지난주 정부 소유 최대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의 채무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해 달라는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했다. 두바이월드의 부채 규모는 590억 달러(약 68조원)로 추산되고 내년 5월까지 상환 또는 재융자해야 하는 부채는 57억 달러에 이른다.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고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이상 두바이와 두바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좋을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두바이가 꿈꿨던 이상과,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두바이 지도자들이 펼쳤던 상상력과 창의성까지 폄훼할 일은 아니다. 두바이는 잘 알려져 있는 것과 같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호국 가운데 하나다. UAE는 우리나라의 84% 정도 면적을 갖고 있고 이 가운데 90%는 쓸모없는 사막이다. 두바이의 면적은 경기도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모래뿐인 작은 마을이 한때 세계의 중심을 꿈꾸며 성장을 거듭했던 것은 지도자의 상상력과 창의성 때문이다.

진주를 채취해 가공해서 먹고살던 두바이에서 유전이 발견된 것은 1966년이다. 당시 두바이 지도자인 라시드 국왕은 석유를 판 자금을 시드머니 삼아 두바이를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고 나아가 세계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었고, 이러한 비전은 그의 후계자들에게 계승됐다. 이 결과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과 환상적인 인공섬, 실내 스키장, 세계 최고의 쇼핑 중심지, 세계 최고의 교육환경, 세계 최고의 의료시설 등을 갖춘 도시로 성장했고 얼마 전까지 세계 각국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결과적으로 두바이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맞물려 과도한 외자유치가 화근이 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아부다비 등 다른 토호국에 손을 벌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두바이 개발모델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모래뿐인 작은 토호국이 실패를 두려워해 현실에 안주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유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오랜 기간 국가를 유지할 정도는 아니다. 결국 가내수공업과 어업에 의존하는 작은 어촌에 머물렀을 것이 분명하다. 두바이는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그동안 갖춰놓은 풍부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회복할 것이 분명하고 풍부한 인프라는 두바이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빌미로 해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한강르네상스와 4대강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개발사업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두바이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상상력과 창의성 없이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다. 과거 우려와 반대 속에 시행된 개발사업들이 지금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듯이 지금 상상력과 창의성을 접목해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은 미래의 성장을 담보해 줄 것이다. 지금 두바이의 고전을 상상력과 창의성의 실패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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