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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리포트]공공건설 공사비 산정체계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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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47회 작성일 10-10-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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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공사비 획일적 산정기준 탈치...시설물 특성따라 차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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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 연구원 김원태 wontkim@cerik.re.kr

 

 국내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비 산정 체계는 기본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04년 실적공사비제도가 도입되면서 과거에 비해 외형상으로는 선진화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표준품셈을 기초로 한 원가계산방식 중심의 복잡하고 경직된 예정가격 산정체계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의도한 실적공사비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가 달성되고 있는지는 실증적으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7년간의 제도 시행에 따른 중간평가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본고는 실적공사비제도 도입 이후의 실적단가 변동 추이 및 활용실태 등을 진단해 본다. 또한 외국 유사 제도 및 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국내 공사비 산정 체계의 발전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실적공사비제도 도입 취지 및 특징

 2004년 실적공사비제도 도입 당시 정부가 기대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시공업체가 가장 경제적인 작업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기술 경쟁에 의한 적정 시장 가격을 적기에 반영하려 했다. 또한 무분별한 저가입찰을 방지하고 성실한 적산을 유도하는 입찰 풍토를 조성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예가 산정 업무를 간소화하여 효율적인 계약 관련 업무 추진효과를 기대했다. 실적공사비방식은 이미 수행된 유사사업에서 추출된 실적 공종별 계약가격을 예정가격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실제 낙찰된 공사의 세부 공종별 복합계약단가가 기준이 된다. 즉 재료비, 노무비, 경비가 분리되지 않고 단일 단가로 규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발주기관의 견적 담당자가 적용할 시공공법에 대한 전제를 하지 않고, 세부비목별 자원의 투입량에 대한 계산 또한 필요없는 특징이 있다.

 실적공사비 단가의 변동 추이

 지난 7년간 실적공사비 단가 변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10년 실적공사비 단가는 2004년과 비교하여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일부 하락한 품목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교 가능한 209개 품목 기준으로, 2010년 상반기 실적공사비 평균단가는 2004년 상반기와 대비하여 0.76% 상승한 것에 그쳤다. 예를 들어 철근가공 및 조립 공종의 2010년 하반기 실적공사비 단가는 2004년 상반기에 비해 85%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사례분석 조사에서 도로공사 내역서 중 90개 실적공사비 공종의 2010 하반기 단순평균단가의 변동률은 2005년 하반기 대비 15.36% 하락했고, 물량을 고려한 가중평균단가는 6.4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10년 7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2004년 5월 기준으로 35.9% 상승률을 나타낸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분을 고려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실적공사비 단가가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향후에도 예상되는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면 <그림 1>과 같은 실적공사비 단가 변동 추이가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단기적인 하락과 상승의 반복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각종 물가상승 지수와 실적공사비 단가가 비슷한 추세로 동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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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공사비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지난 7년의 제도 시행 중간결과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주요 문제점들이 지적될 수 있다. 첫째, 실적공사비 단가의 근본적인 하락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적격심사제에서는 예정가격에 낙찰하한율이 곱해진 가격이 사실상 계약단가가 되므로 실적공사비 단가 발간이 반복될수록 실적공사비 단가의 점진적인 하락이 불가피한 구조이다. 둘째, 실적공사비 단가의 수집 대상 공사와 적용 대상 공사가 불일치하고 있다. 실적공사비 단가의 수집 대상 공사가 대부분 100억원 이상(2010년 하반기 기준으로 79%)임에도 불구하고, 100억원 이하의 소규모 공사에도 구체적인 보정 없이 실적공사비 단가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실효성 있는 보정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하반기 발표 실적공사비 단가집에 포함되어 있는 단가보정 항목은 현재 16개 세부 공종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실 투입 공사원가가 왜곡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영국 및 미국의 공사비 산정 및 관리 특징

 공사비 산정체계나 실적공사비 활용 실태에 관해 건설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 및 미국의 유사제도 및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왕립적산협회와 Davis Langdon사가 발간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영국의 입찰 형태 중 총액ㆍ확정내역(Lump Sum- Firm BQ)계약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총액ㆍ확정내역을 체결하고 있는 공사는 2007년의 경우 계약건수 기준으로 20.0%이며, 계약금액 기준으로는 13.2%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1987년의 건수 기준 35.6%과 금액기준 52.1%에 비하여 상당한 비율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업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입찰방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총액ㆍ설계시공일괄계약(Lump sum - Design Build) 또는 총액ㆍ시방서 및 도면 계약(Lump sum - Spec & Drawings) 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영국의 큰 특징은 외부 컨설턴트인 Quantity Surveyor(이하 QS)의 역할과 기능이다. QS는 △사업계획단계의 예산수립 △구매단계의 입찰관리 △시공단계의 기성관리 △준공단계의 정산 업무 등을 포함하는 사업 전 단계에 연속된 전문가적인 공사비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그림 2 참조>. 따라서 QS는 프로젝트 제반 비용 관련 계획 및 실적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확보하고 있는 장점을 가진다. 영국 발주자의 예정가격(Pre-tender Estimates)의 기능은 예산 내 목적물 설계를 위해 공사비 관리용이거나, 입찰자 평가를 위한 비교 및 참고 용도이다. 영국에서는 상세 견적단계의 정부의 정량화된 보정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QS의 전문가적 판단이 개입되고 있다. 왕립적산협회 산하 BCIS에서는 대형공사와 소형공사 단가집을 별도로 구분해 출간하여 공사 규모별 단가 차이를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미국 발주자의 예정가격(Engineer‘s Estimates) 기능은 입찰자의 가격평가를 위한 단순 검토 및 참조 용도이다. 발주기관이 작성한 물량내역서가 입찰자에게 교부되지 않으며, 내역서 작성은 입찰자의 의무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사업초기 예산편성이나 개념설계 수준에서의 공사비 산정은 과다한 견적 자원 및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간소화된 견적방식을 거친다. 미육군공병대의 경우 과거 실적 공사계약 자료를 토대로 예산편성을 위한 프로그래밍 견적(DD1391 Programming)이나 패러매트릭 개산견적(Parametric cost estimates)이 활용된다. 이와 같은 사업 초기단계에서는 비교적 상세한 수준의 보정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시설물 규모 △공사 지역 △물가 상승 △기술 수준 △설계 수준 등에 따른 보정지수가 존재한다. 미육군 공병대의 상세견적 방식은 대표품목 위주의 간소화된 견적방식을 거치며, 세부 작업공종에 대한 보정기준은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

 벤치마킹 국가의 시사점

 이와 같이 영국과 미국 모두 상세견적 수준에서 세부공종 및 작업에 대한 개별적이고 정량화된 보정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검토 및 참조용에 불과한 영국과 미국의 예정가격의 한정된 기능으로 인해 견적 담당자의 전문가적인 판단과 경험을 통한 보정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반해 국내의 예정가격은 계약금액 결정의 기초자료가 됨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해당 사업의 환경 및 작업 조건 등을 적절히 반영한 보정 없이 획일적으로 과거의 실적단가를 적용한 예정가격을 산정할 경우, 최종 계약금액 자체가 투입되는 공사원가와 괴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양국 모두 발주자의 공사비 산정의 주기능은 총사업비 관리를 위한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단계별로 예산 준수 설계(Design to Cost)를 지원할 견적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그림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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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공사비 제도의 개선점

 단기적으로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기 이전에는 제도의 재정비 및 확대 속도 조절을 포함한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입ㆍ낙찰제도와 결부되어 하락하는 실적공사비 단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하락 방지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대형공사 위주로 추출된 실적공사비 단가가 소형공사에 현실적인 보정 없이 적용되는 불합리한 실정은 실적공사비 적용 공사에 대한 차별화로 개선되어야 한다. 실적공사비 단가의 실효성 있는 보정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표준품셈의 총칙 또는 세부 공종별 할증 요소들을 실적공사비 단가집의 단가보정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중앙집중식 실적공사비 관리 체제의 획일성을 탈피하여 해당 시설물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발주기관별 실적공사비 축적 및 관리 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개산견적 용도의 실적공사비 데이터베이스 필요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세부 공종별 실적공사비 단가뿐만 아니라 총사업비 관리를 지원할 개산견적용도의 완성 상품별 또는 대표 품목별 실적공사비 DB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공공 발주자는 사업 초기 개산견적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도구나 기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상세설계를 마친 이후에야 적용할 수 있는 상세견적방식(원가계산방식 또는 실적공사비 방식)만을 가지고는 총사업비 관리에 대한 효과 및 효율을 최대화하기 힘들다. 특히 설계시공일괄 또는 기술제안입찰과 같이 실시설계가 완료되기 전 최소한의 설계 정보만으로 입찰을 하게 되는 경우엔 개산견적방식이 더욱 유용할 수 있다. 발주자가 부담해야 하는 예정가격 산정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완성상품별 또는 대표품목에 의한 실적공사비 산정 기준 및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맺음말

 그동안 정부는 공공 공사 집행 상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치중해 왔다. 이제부터는 공공 발주 사업의 총체적인 효율성 제고 차원으로 전향이 필요하다. 선진화된 공사비 산정 체계가 국내 업체의 건설 공사비 관리 역량 강화로 이어져 대외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돼야 한다. 특히 해당 시설물 건설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발주기관이 해당 사업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공사비 산정 체계의 개발 및 활용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모든 공공 발주기관이 모든 공사에서 범용적으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만능적인 공사비 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적공사비 제도 또한 해당 발주기관이 주도적으로 공사 규모 및 시설물 특성에 따라 선별적이고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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