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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리더십과 펠로우십 그리고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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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11회 작성일 10-08-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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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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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패한 후 정부와 여당은 새삼스레 리더십과 관리의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첫 번째 문제는 소통이 안된 탓이라며 리더에게 보다 많은 국민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두 번째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어느 외교관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어느 나라든 도심의 교통질서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게 됩니다. 특히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밀려드는 다른 차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차의 운전자가 멱살잡이를 하다가 거칠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그 나라는 GNP와 관계없이 후진국가입니다. 그 후에 그 나라를 보면 뿌리 깊은 부정부패나 마구잡이 행정, 국민들의 이기주의를 보게 됩니다. 선진화의 기본인 기초질서도 사회의 중요한 매뉴얼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골프장에서도 그 나라의 선진화 여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골프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다. 따라서 골프장에는 경영과 에티켓, 규범, 문화 등 작은 사회의 단면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는 골퍼들과 골프장 경영자, 관리자 그리고 골프장 현장에서 일하는 중기 운전자, 제초작업자, 디보트 관리를 하는 직원들까지 하나의 작은 공동체가 되어 하모니를 이룬다.

 요즈음 같은 여름철에는 도심의 탁한 공기 속에서도 가로수들이 푸른 잎과 가지를 뻗는데 하물며 골프장에서야 숲과 러프가 온통 초록으로 무성해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때 골프장은 이들을 깎고 정리해야 하는 일터가 된다.

 여름 무더운 날씨 속에서 페어웨이 잔디를 깎거나 그린을 잘 관리하는 이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나름대로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 전 골프장에 갔다가 이전과 다른 경험을 했다. 티샷을 할 때 페어웨이 잔디를 관리하는 이들이 비켜주질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시간에 쫓긴 캐디가 ‘그냥 하세요’ 한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세컨드샷을 하는데 그린 앞에 풀을 깎는 중기 1대가 굉음을 내며 비켜서질 않는다. 캐디가 악을 써도 막무가내로 자기 일만 하는 것이었다.

 다음 홀에서도 그린 위에서 디보트 정리를 하던 사람이 비켜주질 않아서 결국 필자는 세컨드샷을 포기했는데 일행 중 용감한(?) P씨가 친 공이 그의 다리를 스치고 말았다.

 그날 우리의 골프는 망치고 말았다 P씨는 치료비(?)를 요구 받았고 캐디가 치라고 했다는 둥, 골프장 작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둥 항의를 했지만 소용없이 불쾌감만 남긴 채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여기서 사회에서의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모든 사람이 자기 주장을 펴고 평등해야 한다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그래서 정치인들도 자신이 시골농촌 출신임을 강조하고 헐벗고 굶주렸던 소년시절을 얘기하곤 한다.

 골프장에서 땀 흘리면서 제초작업을 하거나 중기 운전을 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는 ‘여러분 덕분에 잘 관리된 좋은 골프장에서 운동을 합니다’라는 마음이 담겼다. 물론 이런 마음은 그 골프장을 활성화하고 또한 지역사회의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현장에서는 이런 마음은 전해지질 않고 쌍방의 소통 또한 안 되는 듯해서 아쉽다.

 요즈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끝나고 소통의 정치와 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소통은 해야 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서민만을 위한 정책은 서민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소통은 정상적인 펠로십을 가질 수 있도록 존경과 우러름을 보여줘야 한다. 권력현장에서의 이전투구와 같은 당내에서의 편 가르기, 리더의 측근끼리 다툼은 국민에게 소통을 백번 외쳐도 막힘만이 되돌아올 뿐이다.

 또 하나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강력한 리더십에는 포용과 더불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선거 후유증 또는 권력 실세들의 다툼 등에 대한 리더의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가 아쉬운 점이다.

 정치는 결과가 아니고 국민들이 보아야 하는 연극의 현장이다. 공연 중 무대 일부가 부숴졌다고 막을 내린 후 고치고 나면 관중은 없어진다. 고장난 무대를 연극의 한 부분으로 승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서민을 위한다면 서민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먼저 강력한 국가 비전을 세워야 한다.

 실용이 모든 것을 아름다운 신념으로 만들고, 비전으로 진행할 때 그 부산물이지 목적이 아니듯이, 서민을 위함은 건전한 올바른 국가 대계의 정책 제시에서 서민도, 중산층도, 상류층도, 공무원도, 비즈니스맨도, 일꾼까지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의 부산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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