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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3년간 국내 건설업체의 경영전략 화두(話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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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65회 작성일 10-07-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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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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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건설시장의 중장기 전망 결과에 기초해 생각해 볼 때 향후 2~3년간 국내 건설업체의 최대 전략적 화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해외진출, 신수종 상품 발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국내 건설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숙기로 진입하면서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설기성과 유사한 개념인 국내 건설투자가 2013~14년경 성장이 둔화되면서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인데, 선행지표인 국내 건설수주는 이미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 2010년 국내 건설수주는 117조원에 그쳐 2007년 이후 3년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수주는 내년 이후에도 완만하게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역시 2007년 수준의 수주액을 달성하기가 앞으로 영원히 어려워 보인다. 2011~12년 아파트 입주 물량 축소에 따라 기존 미분양 아파트의 감소, 분양 여건의 개선이 예상되나 2013년 이후 보금자리주택, 2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의 입주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로 주택사업을 확대할 상황은 아니다. 결국 국내 건설업체들은 작년 60조원을 기록한 공공 시장으로부터, 또한 본격 회복이 요원한 민간 건설시장으로부터도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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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경영전략 화두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그러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첫 번째 전략적 화두인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까? 개별 기업이 놓여져 있는 상황과 보유한 핵심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순전히 시장 관점에서만 보면 향후 국내에서 출구전략으로 논의될 수 있는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도심재생/복합개발 사업, 리모델링 사업, 민자사업 및 공모형 PF 사업, 운영사업 등이다. 민자 및 공모형 PF사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시장 여건 개선이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건전성 악화, 공공 발주자 니즈 존재 등의 요인으로 인해 법제도적 여건 개선과 더불어 시장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사업 역시 현재는 커다란 시장 형성이 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주택수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의 70% 이상이 1990년대에 준공되어 재건축 연한이 40년이고, 이전 아파트에 비해 사업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 성장 잠재성이 크다. 서울시의회 등 지자체 의회에서 재건축 연한 축소를 추진하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국내 건설시장 정체가 본격화되는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건설업체들도 보다 공격적으로 리모델링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리모델링 관련 제도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과거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 위주의 사업을 전개하며 터부시 해왔던 시공 이후 운영사업도 향후 국내 시장이 정체된 이후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대안 중 하나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공 물량이 정체되어 있고, 매출이 불안정한 가운데 안정적인 매출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15~20년 전 유럽의 선진 건설업체들이 국내 건설시장 성숙기 진입 이후 취한 전략 대안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도 향후 시장이 점진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자사업의 경우 시공 이후 운영사업의 일부를 자회사 등의 형태로 다각화해 매출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 개도국의 민자사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략적 화두는 해외진출

 두 번째 전략적 화두는 해외진출이다. 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서 제시된 사업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기적으로 시장 성장이 어려운 사업들이다. 그러다 보니 대형 건설업체뿐 아니라 중견, 심지어는 중소업체들까지 근래 들어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 전력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액은 조만간 7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중기적으로는 1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얼마 안 가 국내 건설수주액을 초과할 거라는 얘기다. 현재 해외건설 수주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플랜트 시장은 향후로도 2~3년간은 더 시장이 호조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이후로는 시장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이후가 되면 주목 받을 시장은 아시아를 비롯한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신흥 개도국 시장이 될 것이다. 현재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건설시장은 분명 국내 건설업체들에게는, 특히 플랜트 시공 역량이 미흡한 중견, 중소업체들에게는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건설 프로젝트는 정치적 리스크 외에도 개도국 특성상 자금 부족, 인력/자재 부족, 물류 인프라 부족 등 건설 공사의 기반이 되는 모든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 건설시장 침체를 피해 처음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건설업체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오리려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들 개도국의 토목, 건축, 플랜트 시장이 커 가지만 관건은 어떻게 리스크를 헤지한 후 이들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방법은 EDCF 원조자금 등을 비롯한 공적 원조자금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 수주, 그리고 공사 금액을 자원 개발권, 택지 개발권, 인프라 운영권 지급 등으로 대신 지불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공기업이나 타 건설업체와의 컨소시엄 형성을 통해 진출해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안 등이다.

 해외 건설시장에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고 국내 업체 간의 경쟁 과열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경영전략 측면에서 핵심 요점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성공적으로 진출하지 못할 경우 일본 건설기업들처럼 자국시장 정체라는 시장 변화에 의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 전략적 화두는 신수종 상품 발굴

 중장기 경영전략 모색에서 세 번째 화두는 신수종 상품 발굴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은 사실 구조조정, 즉 기존의 몇몇 사업과 관련 자원을 축소하는 형태이고 해외 진출 확대는 한시적이고 리스크가 큰 전략 대안이다. 결국 국내 건설시장 정체기에 대비해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을거리 상품을 스스로 발굴해내야만 지속가능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 신수종 상품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항상 고민하던 화두이지만 향후 이 화두야 말로 가장 실질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테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술 기반(technology driven) 신수종 상품 발굴

 성숙기 시장에서의 신수종 상품 발굴은 크게 세 가지 축에서 이뤄질 수 있다. 우선은 신기술 기반(technology driven) 신수종 상품 발굴이다. 기존의 건설 기술로 만들어 내기 어려웠던 건설상품을 새롭게 개발된 기술로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개념이다. 물론 초고층 빌딩, 대심도 철도 등은 과거의 기술 수준으로도 어느 정도 구현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미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과 건축물이 완비된 상황에서 이러한 신기술 기반 상품의 성장 가능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는 초고층 빌딩, 대심도 철도/도로, 초고속 하이웨이/철도,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 해저도로, 신재생에너지, 핵융합 발전, U-city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겠다.

 

 마케팅 분석 기반(marketing analysis driven) 신수종 상품 발굴

 신수종 상품 발굴의 두 번째 축은 마케팅 분석 기반(marketing analysis driven) 신수종 상품 발굴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0년대 중반이 넘어서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은 변한다. 더 이상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이 아니라 멸실 및 소득증가에 의한 교체 수요, 그리고 고객 니즈 다양화에 의한 다양화된 주택만이 의미 있는 시장으로 남게 된다. 주택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가구수 증가분에 의한 기본적인 주택 수요 증가인데 이 부분이 지방의 경우 이미 거의 사라지고 있고수도권도 2010년대 후반이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수도권의 가구수 증가분에 의한 기본적 주택 수요는 계속 발생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 가구수 증가분이 대부분 1~2인 가구라는 점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자녀들의 출가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이제 주택 수요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연령에 따라, 소득 계층에 따라,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도심에 직장을 두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차별화되고 이 차별화된 수요에 맞춰야만 주택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 오고 있다. 왜냐하면 주택수요가 줄어들고 남아 있는 수요도 질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2010년대 중반이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주택 보급이 수도권조차 어느 정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기 건설사들의 핵심 역량은 마케팅 분석 기능이 될 것이다. 그동안 세분화된 고객의 차별화된 수요와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인 건설상품을 공급해도 수요가 있었으나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주택을 비롯해 대부분의 건설상품들이 고객을 매우 다양한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과거 건설상품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한 이 세분화된 고객 집단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신속히 개발해 제공할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주택사업 중 베이미부머 은퇴 후 주거 수요, 타운하우스, 고급 빌라, 도심지 첨단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현재 수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초적인 상품 예가 될 것이다.

 사회 트렌드 기반(social trend driven) 신수종 상품 발굴

 신수종 상품 발굴의 세 번째 축은 사회 트렌드 기반(social trend driven) 신수종 상품 발굴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은 사회적 트렌드 변화에 의해 등장과 소멸을 반복한다. 건설상품도 예외일 수 없다. 현재 사회 트렌드 변화에 의해 새롭게 등장하는 건설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녹색건설 상품이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과 빌딩, 신재생에너지 관련 상품, 원전 및 환경 플랜트가 녹색건설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이외 베이비부머 은퇴, 노령화, 1~2인 가구 증가, 주거의 질적 향상, SOC 시설의 질적 투자 추구 등도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건설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거대한 사회 트렌드임에 틀림이 없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중장기적 사회 트렌드 변화를 읽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욱이 201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건설시장이 본격적으로 정체기로 진입하고 2020년 이후면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1%가 되어 선진국형 건설시장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내 연구개발(in-house R&D) 역량 축적 중요

 신수종 상품 발굴의 첫 번째, 세 번째 축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사내 연구개발(in-house R&D) 역량 축적이다. 과거와 달리 국내 건설사의 사내 연구개발 역량 축적은 향후 핵심적인 경쟁력 요소가 될 것이다. 과거 건설사들은 건축설계나 토목 엔지니어링 기능을 많이 외부 업체에 의존해 왔다. 대형 건설사들은 계열사 형태로 보유했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과거 시장환경에서는 설계나 엔지니어링 역량, 더 앞 단계의 요소 기술 연구개발 역량은 수주 영업역량에 비해서는 핵심 역량이 아니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본격 성숙기로 접어든 이후 신기술 기반 신수종 상품을 발굴하고 사회 트렌드 기반 신수종 상품을 발굴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사내에 엔지니어링 및 연구개발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보다 15~20년 정도 앞서 자국 건설시장의 성숙기 진입을 경험한 구미 선진국건설업체들은 자국시장 정체의 위기를 크게 두 가지 전략변화 경로를 통해 극복해 왔다. 첫째는 엔지니어링 및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소프트한 건설업체로 전환한 것이고, 두 번째는 유럽의 대형 건설업체들처럼 시공 이후 운영단계, 시공이전 원재료 제조 단계까지 수직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향후 신기술 기반 신수종 상품이나 녹색 건설상품 등은 과거 일반 토목이나 건축처럼 엔지니어링과 요소기술 연구개발 기능을 아웃소싱할 경우는 수익성을 크게 내기도 어렵고 시장에서 최상위 업체로 시장을 지배하기도 힘들어진다. 단순 시공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정상권에 있는 유럽의 한 건설사는 관련 요소 기술 개발을 위한 R&D인력을 수백 명씩 사내에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핵심 경쟁력으로 언급하고 있다.

 장기간 기업의 흥망성쇠를 연구한 이론에 기초하면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는 기간동안 기업의 약진과 도태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 향후 2~3년 동안이 국내 건설사들이 건설시장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를 맞아 약진과 도태의 사운(社運)을 결정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 건설시장이 본격 성숙기에 진입하며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 시기에 건설업체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전략적 판단과 선택으로 지속가능 기업이 될 뿐 아니라 세계적 기업들로 도약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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