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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다시 새겨보는 구조조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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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80회 작성일 10-06-2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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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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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건설업계의 한숨이 마를 날이 없다. 지난주 채권은행이 부실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9곳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7개사는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구조조정 발표가 있을 때마다 예외없이 살생부가 나돌아 건설사들은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매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맞을 때보다 맞기 전까지의 공포가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집행으로 반짝특수(?)를 누린 이후 줄곧 가슴 졸이는 세월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불확실성이 해소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구조조정 대상 업체는 물론 협력업체 종사자들은 인고(忍苦)의 세월을 지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300대 건설사의 10%가 워크아웃 또는 부도 처리될 경우 3548개 협력사가 2조1600억원의 피해를 입고 이 가운데 1335개 하도급 업체가 연쇄부도를 낼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는 5만 명이 직접 생계에 타격을 받고 142만 명이 간접영향권에 들 것으로 분석했다. 3차례 구조조정으로 52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수십, 수백만 건설인들이 시련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건설산업이 수렁에 빠진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경영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무리한 사업추진과 과도한 부채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일 뿐,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는 별개이다. 불황의 단초가 된 부동산시장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각종 규제로 거래가 뚝 끊긴 데다 심리마저 얼어 붙었다. 공공시장은 물량이 갈수록 주는데다 최저가낙찰제로 딸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아무리 빠져 나오려고 애를 써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세 번째 구조조정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의미를 새롭게 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구조조정은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개편하는데 목적이 있다. 소극적인 기법과 적극적인 기법이 있다. 소극적인 기법은 성장성이 희박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은 통폐합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기구ㆍ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국내외 유망기업과 제휴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전략적으로 다른 분야와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적극적인 방법이다. 채권단 주도로 이뤄지는 워크아웃은 대부분 소극적 기법에 치중한다. 물론 환부를 도려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안 없이 자르기만 해온 그동안의 결과가 바람직했는지 채권단도 돌아보야야 한다. 워크아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야할 때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개코원숭이를 사냥할 때 상자 속에 먹이를 두고 앞발만 겨우 들어갈 구멍을 뚫어 놓는다고 한다. 원숭이는 앞발로 먹이를 쥐지만 구멍이 작아 발을 꺼내지 못한다. 원주민이 다가와도 먹이를 놓지 않는 원숭이는 발을 빼지 못하고 잡히고 만다. 현재 쥔 것에만 집착하다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건설기업도 과거에 해왔던, 그리고 수익을 안겨 주었던 ‘영광의 사업들’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손에 쥔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고 수명도 연장해 갈 수 있다는 교훈을 새겨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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