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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전거 페달론’을 폐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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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65회 작성일 10-06-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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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부동산ㆍ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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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최근 1년여 동안 수십 개의 중견건설사들이 쓰러졌는데 이 같은 부도도미노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채권은행들은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에 드는 건설사들의 신용위험평가를 마친 상태로, 곧 구조조정대상 기업이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패스트트랙(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이달 말 끝나고 대주단 협약의 종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유동성이 나빠지는 건설사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도산하는 업체도 이어질 것이다.

 건설업계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돌리는 이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가 맞물리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갑자기 위기가 불거졌다고는 볼 수 없다. 어찌 보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악화된 환부가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를 계기로 치료불능 상태가 돼버렸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설업 종사자들이 손해를 보면서 공사를 수주하는 절박한 사정을 설명할 때 자주 쓰던 논리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 페달론’이다. 건설업은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손해 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건설업체는 한 현장이 끝나면 남는 건설장비와 인력을 다른 공사에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수주해 놓은 현장이 없으면 인력과 장비를 놀려야 한다. 그렇다고 인력을 내보내거나 장비를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제 공사를 수주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건비와 감가상각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건설업체는 장비와 인력을 놀리느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사를 수주하고, 이것이 더 큰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자전거 페달론’이다. 건설업체들의 저가경쟁을 ‘손해 보는 장사가 없다던데, 그렇게 해도 남는 게 있으니 수주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회적 시각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논리를 깊은 곳까지 파고들면 선처나 특혜를 바라는 심리가 숨겨져 있다. 건설사들은 손해를 보면서 수주를 해야 하는 경영구조를 갖고 있으니 적정한 가격을 보장해 달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건설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어느 정도의 보호가 있어야 한다는 기대감도 담겨 있다. 하지만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경제구조에서 선처나 특혜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에 맞춰 원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도태돼야 하는 것이 시장 논리다. 이러한 시장 논리는 현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됐다.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언제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두 시간 자전거를 타다 보면 두 다리로부터 전해오는 피곤함에 페달을 밟기가 어려워진다. 마찬가지로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건설업체가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그래서 ‘자전거 페달론’이 말하는 종국의 결과는 도산일 뿐이다. 따라서 자전거 페달이 멈춰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건설사 스스로 생존력을 키워야 한다. 적자가 쌓이는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돌려 상처를 계속 키운다면 결국엔 쓰러질 수밖에 없다. 이제 ‘자전거 페달론’을 폐기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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