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만 내다 방향 이탈한 ‘직접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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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4-05-27 09:53본문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시의 직접시공 정책이 삐걱대고 있다. 건설업계에 중앙정부 대비 대폭 강화된 직접시공을 주문하면서도, 관련 정책과 세부기준 수립은 미진해 건설업계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 38개, 120곳의 현장에 대해 직접시공 이행실태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원수급인이 50% 이상 직접시공 할 것’이란 목표만 세웠을 뿐 △직접시공계획서 △직접시공 공종지정 세부기준 △하도급 사전승인 심사 위원회 운영기준 개선 등 정책을 뒷받침할 각종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시와 투자출연기관에서 발주하는 모든 종합공사에 직접시공 공종을 지정해 입찰공고문에 명시하고, 수급자는 공고문대로 착공계 제출 시 직접시공계획서를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시는 70억원 이상 공사에 직접시공계획서를 의무 제출토록 하는 법적 근거규정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 원도급자는 건설산업정보망 시스템에서 70억원 이상 공사에 직접시공계획서를 제출하지도 못한다. 건산법에 따르면 70억원 미만 공사만 직접시공 대상이고, 모든 공사에 적용하는 것은 서울시 자체정책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주택도시(SH)공사의 아파트건설현장에선 직접시공계획서를 서면으로 받았고, 구로구 ○○확장공사는 직접시공계획 대상임에도 계획서도 받지 않고 기성검사에서도 직접시공 준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위원회 판단이다. 이름만 직접시공으로 위장직영 여부와 하도급을 줘도 진단조차 못했다는 얘기다.
직접시공 공종지정 세부방안도 수립하지 않았다. 서울시 공사는 발주 전에 발주부서에서 직접시공 공종을 지정해 입찰공고문에 명시해야 한다. 감사위원회가 직접시공 이행실태 감사기간(2023년11월27일~12월22일) 동안 서울시와 자치구, 투자출연기관 38개 기관을 확인한 결과, SH공사 외 전 기관이 세부방안 수립을 하지 않았다. 제도적으로 안착할 수 없는 토양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직접시공 강화를 위해 하도급을 억제하겠다는 장치들도 ‘허울’뿐이었다. 시는 수급인 직접시공 계획 비율이 50% 미만일 때 하도급하는 경우 ‘하도급 사전승인 심사위원회’를 연다. 그런데 성동도로사업소 등 2개 기관에서 발주한 XX지하차도 건설공사에선 심사위원회를 열면서도 법령위반 여부만 심사하고 하도급을 해야 하는 구체적 사유는 명시하지 않았다. 심사제도 취지와 달리 하도급을 줄이지도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는 계약 후에도 하도급이 필요한 경우 ‘하도급계약 심사위원회’를 열어 계약 적정성을 심사하고 있다. 하지만 SH공사(2건 평균 32.05%)와 금천구(48.4%), 영등포구(48.9%) 등 총 4건 공사는 직접시공 비율 50%를 넘지 못했는데도 심사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와 SH공사가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 대상을 서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또한, 시는 각 부서 교육과 질의응답 시간에 “하도급계약 후에 하도급 사전승인과 적정성 심사 검토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건산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게 감사위원회 판단이다. 전문공사 하도급과 상대업역 하도급은 하도급 계약 전 발주자 사전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전승인과 하도급적정성 심사를 동시에 가능하다고 안내함으로써 하도급 억제는커녕 발주자 혼란만 가중했다.
사실상 허공 위에서 직접시공 조치를 내리면서 기관별 직접시공 이행률도 극히 떨어진 상태다. 시 감사위원회가 종합공사 302건에 대해 직접시공 확대 방안 이행률을 확인한 결과, 전체 기관별 이행률 평균은 37%며 자치구는 18%에 그쳤다. 25개 중 24개 자치구가 직접시공 확대방안을 적용하지도 않고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투자출연기관과 자치구 공사감독자 47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감독자 36%가 “직접시공 확대 방안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서 일부 감독자는 “공사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일괄적 50% 비율 반영은 어렵다”고 했고, ‘간접공사비 증가’ 이유로 시 건설현장 적용이 불가능할 것이란 의견까지 냈다.
서울시의 직접시공 확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직접시공 확대정책은 지난 2022년 3월 오세훈 시장 요청으로 이뤄졌다. 당시 오 시장은 신림-봉천터널 현장 방문 중 “서울시가 근본적으로 통 크게 하도급 풍토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시공 확대는 추진 초기부터 건설업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70년간 가동 중인 생산체계를 건너뛰고 ‘하도급은 부실’이란 근거 없는 신념에 기댄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국가정책조정회의 안전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하도급률이 높은 대규모 공사 재해율은 0.75%인 반면, 공사비 50억 미만 소규모 공사 재해율은 1.42%로 오히려 1.9배 이상 높았다.
부실시공은 서울시를 비롯한 모든 발주기관이 적정 공사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2016년 국토교통부 장관 자문관 진단보고서에 따르면 부상, 사망, 재해의 70% 이상은 최저가 낙찰 현장이다.
현재 건산법에 따르면 도급 금액 70억원 미만 건설공사에 대해 직접시공을 하고 있다. 금액 허들을 낮게 만든 이유도 태동하는 건설사가 소규모 공사에 대해 직접시공을 통해 시공 역량을 키운 다음, 하도급을 줄 수 있는 기획, 관리 역량을 키우고자 진행하고 있다. 제도 취지 자체가 서울시처럼 무턱대고 모든 공사의 절반을 직접시공 하라는 조치가 아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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