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했는데 손해”…공사비 갈등 뇌관된 ‘물가변동 배제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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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5회 작성일 24-05-24 09:05본문
KT, 171억원 공사비 증액 요구 소송전으로 비화
쌍용건설, 맞소송·집회 등 강경대응 예고…건설업계 이목
“법리적으로는 KT가 유리하지만…합리적으로 공사비 조정해야”
민간공사 계약서에 명시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현장 곳곳에서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최근 3년간 공사비가 30%가량 올랐는데, 착공 후 물가변동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특약으로 건설사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가 지난 10일 쌍용건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이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를 줄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쌍용건설은 2020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KT 신사옥을 신축하는 공사를 수주해 지난해 4월 공사를 마쳤다. 문제는 수주 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며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비 171억원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는데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따라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르면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 및 공기 연장(100일) 요청을 모두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며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T와 공사비 갈등을 겪는 곳은 쌍용건설뿐 아니다. KT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와 한신공영은 부산 동구 초량 오피스텔 관련 141억원, 롯데건설은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에 대한 1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건설업계 전반에 공사비 다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쌍용건설과 KT의 소송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쌍용건설이 승소한다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뒤집을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쌍용건설도 소송이나 집회를 진행하는 등 KT에 강경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익성 악화로 민간공사뿐 아니라 공공공사까지 시공사 선정에 수차례 유찰을 겪는 일이 발생하자 정부도 적정 공사비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쌍용건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사에 계약상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2022년 4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건설공사 도급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로 한다)가 민간공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가될 수 있다고 봤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계약할 당시만 하더라도 저희도 물가에 대한 예측을 했고, 여러 노하우가 있으니 이에 맞춰 공사를 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공사기간 동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맥락에서 계약서대만 하자는 것은 것은 건설사가 그 부담을 다 감당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 문제는 저희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공감하는 문제기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 법원도 법대로만 판결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KT가 주장하는 것처럼 계약 내용대로 하는 것이 맞다. 물론 천재지변에 가까운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면 공사비를 조정한다는 조항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전쟁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인 여러 변동사항은 항상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러-우 전쟁 등을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볼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입찰 당시 시공사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일감 확보에 몰두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시공사와 하도급사까지 공사비 문제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원만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심 변호사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착공 이후 물가 변동 없이 공사별로 고정이 된다. 과거 일감 확보 경쟁이 치열할 때 시공사들이 불리한 조건에도 입찰에 나섰던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민간공사의 경우 이러한 특약에도 사업 지연이 되면 공사대금 납부기한 도래, 금리 부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시공사도 글로벌 경제위기나 급격한 물가인상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쟁과 각종 분쟁이 발발할지 누가 알았겠나”라면서도 “건설사들도 경영 리스크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고 수주를 한 착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건비와 자재비가 급등했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으로 인한 갈등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를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에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이 손해가 덜하다면 공사 중단을 결정할 수도 있다”며 “공사 차질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경제적인 손실도 불가피하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시공사와 발주처가 합리적으로 공사비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임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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