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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공 건설공사비 현실화 난제와 태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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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4-03-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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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비 현실화에 대한 건설업계의 요구가 다시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기술형 입찰사업의 연이은 유찰로 인해 주요 대형사업의 시행이 지체되고 있다. 민간 건설공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으니 공사비 현실화는 처절한 현실인 것 같다. 건설 불경기에 일감 하나라도 아쉬운 건설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이 맞지 않아 ‘밥상’을 물리쳐야 하는 그 속은 얼마나 탈까?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의 논의, 연구, 제도 개선 등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아직까지 미제(謎題)로 남아 있으니 공사비 현실화는 난제(難題)임이 분명하다.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해법이 그간 부족했기 때문일까?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산학연의 많은 전문가들이 공공 건설공사비 현실화에 대한 다양한 해법들을 제안해왔다. 문제는 그 해법들이 ‘비현실적’이었다는 것이다.

그간 해법을 제안해 온 산학연 전문가들의 지력(智力)과 노력을 폄훼하는 의미로 비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간 제안된 해법이 현실로 실현되지 않고 아직 비현실로 남아 있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간의 해법이 비현실로 남아 있다면 이제는 다른 태도로 공사비 현실화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누구의 태도가 제일 중요할까? 정부의 태도이다. 돈과 제도를 쥐고 있기에 가장 영향력이 큰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공 건설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정부의 3가지 태도 전환을 제안하며 이들은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지엽적인 전투 계획(battle plan)이 아닌 종합적인 전쟁 계획(war plan)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간 공사비 현실화에 대한 제도 개선은 주로 입낙찰제도와 관련된 개선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고, 조만간 발표 예정인 정부의 현실화 방안에서도 동일한 맥락이 관찰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개선이지만 공공 건설공사의 시행이라는 전체 흐름에서 보면 지엽적인 ‘전투’에 해당된다. 이에 더해 기획단계(기본구상,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등)와 설계단계에서 해당 건설공사의 시행을 위해 현실적인 예산이 배정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보정해야 한다. 또한 시공단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합리․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해 ‘삭감’되는 공사비를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기획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 시공단계에서의 공사비 현실화라는 종합적인 전쟁 계획으로 접근해야 난제를 풀어갈 수 있다. 특히 뒷단계보다는 앞단계에서 공사비 현실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유효하다.

둘째는 공공 건설공사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라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암묵적으로 공공 주체(정부 및 발주청)가 수립한 계획은 무오(無誤, inerrancy)하다는 사고가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그 결과로 공공 건설공사에 대한 변경과 수정은 터부(taboo)시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무진의 검토를 통해 기존 계획의 실행이 불가능하고 합리적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도 감히 윗선에 보고 하지 못하고 ‘방 안의 코끼리’를 키우는 현상도 발생한다. 그 결과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발생한다. 불확실성과 변경이 없는 건설공사는 없다. 리스크가 공공 건설공사비 현실화의 핵심 요인임을 인지하고 이를 전향적․전문적으로 관리한다는 열린 태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총사업비관리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적정하게’, ‘자율’이라는 문구 등은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공공 건설공사비 현실화는 제도와 같은 기준(standard)이 아닌 전문가들의 실무(practice)로 풀어가야 한다. 급변하고 변화무쌍한 건설 환경 및 기술의 변화를 ‘딱딱한’ 기준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비효율적․비효과적이다. 공사비 현실화는 정부 및 발주청의 코스트 전문가와 건설업계의 코스트 전문가가 맞상대가 되어 풀어나가야 한다. 기준은 감사(監査) 목적으로는 적합하지만, 전문성․유연성 있는 실무를 위해서는 효율성․효과성이 떨어진다. 기존의 코스트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거나, 부족하다면 적극 양성하여 활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공공 건설공사의 유찰 사태는 기존 해법이 취약하고 유연하지 않다는 민낯을 들어낸 것이다. 공공 건설공사비 현실화는 난제이지만 반드시 풀어야 한다. 건설업계만을 위한 제안이 아니다. 인프라 구축을 통한 국민 복지와 안전 확보라는 정부의 소임 달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난제에 필요한 것은 해법이지만, 변화를 선택하는 용기 있는 태도의 전환이 먼저이다.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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