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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규제완화 '미적미적'...상한제폐지 등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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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03회 작성일 10-04-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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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위기의 건설산업 탈출구는 없나 ④정책 선택이 위기 불렀다

“정부의 정책 실기와 실패가 주택발 건설위기를 키웠다”

“자구노력을 게을리 한 건설업계가 스스로 무덤을 팠다”

건설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상반된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주택ㆍ건설정책만 보면 실기ㆍ실패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 경제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상당부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무리한 주택사업, 저가투찰에 나선 건설업계 행태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 성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하반기까지 이런 정책과 관행이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등 불필요한 규제와 저가덤핑을 유발하는 공공입찰제도를 서둘러 수술하고 고갈된 재정사정을 고려해 민자사업, 민관합동 PF사업을 키우는 한편 건설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관성 결여ㆍ정치논리에 실기

2008년 12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유력시됐던 민간 분양가상한제 등 3대 주택규제 폐지 방침이 갑작스레 무산됐다. 정종환 장관과 권도엽 차관은 보고 직후 “무산이 아니라 보류이며 조만간 폐지될 것”으로 자신했지만 1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상한제는 존속하며 2008년과 2009년 주택공급량을 사상 최저인 37만1000가구와 38만2000가구까지 끌어내렸다. 올해 2,3월 임시국회에서는 임박한 지방선거를 의식해 다시 유보했다.

작년 10월까지 급감했던 수도권 미분양주택이 11월부터 4개월간 다시 늘어났다. 양도세 등 세제 한시감면 혜택을 2월 종료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작년 하반기 공개되면서 건설사들의 2월 이전 밀어내기 공급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위기에 직면한 상당수 건설사가 감면 시한을 앞두고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경우라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주택업계가 정책 실패로 꼽은 대표적 사례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현 정부의 주택정책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분양가상한제 폐지 시기를 놓친 것은 ‘옥의 티’”라고 평가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실장도 “그린벨트 내 알짜부지를 개발해 보금자리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정책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공기업이 손실을 감수하고 시행하는 사업 특성상 그 손해를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그린벨트 부지는 누가 개발해도 팔리는 지역이며 공공이 아니라 민간에 맡기더라도 개발이익 환수장치만 잘 갖추면 업계, 국민, 공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단체 한 관계자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책 타이밍을 놓치는 일만은 막아야 건설업은 물론 지방경기, 실물경기 회생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자구책 미흡도 원인

“건설업계 입장을 어떻게든 변호하려 해도 기재부, 금융위는 물론 청와대의 건설업계에 대한 시각 자체가 ‘금융위기 속에 자구책은 소홀히 한 채 골프나 치러 다닌다’는 식으로 부정적이다 보니 어떤 제안도 통하지 않아 곤혹스럽다”

국토부 한 고위관계자의 얘기다.

국토부 진현환 주택정책과장도 “경제위기 이후 정부의 회생지원책 속에서도 ‘한탕주의’식으로 무리하게 주택사업을 벌인 건설사를 도울 명분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를 지원해봤자 부실건설사 난립을 조장할 뿐이란 정부 내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내 기류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자구책이 미흡한 부실건설사를 털어내는 게 건설산업을 살리는 길이란 쪽이다.

실제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 9월 5만6610곳이던 건설업체 수는 3월 현재 5만7745곳으로 1100개 이상 늘었고 부도건설사 수도 3월 소폭 늘었지만 작년(255곳)만 해도 2000년대 들어 최소치이고 올해 1분기 부도건수(68건)는 전년 1분기(100곳)의 2/3 수준에 머문다.

건설경제정보센터 김재영 센터장은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경제위기 때도 건설업 구조조정의 호기를 놓쳤다”며 “공공건설 투자로 부실건설사를 구제했다가 더 큰 위기에 부닥친 일본 사례를 따라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안 팔리는 물건을 정부에게 사달라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은 건설업계의 억지주장일뿐”이라며 “정부가 주력할 부분은 오히려 추경을 다시 편성하더라도 경기가 확실히 살아날 때까지 부양책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책임론보다 공생노력이 중요

위기 원인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는 건설경기, 실물경기를 살리는 데 정부, 업계가 머리를 싸매야 할 시기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출구전략 유보, 보금자리주택 민관합동 개발, 미분양매입 등 미시적 건설지원책, 그리고 하반기 경기회생을 책임질 민간투자사업, 민관합동 PF사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LTVㆍDTI규제는 경제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한 금리인상을 대체하는 조치인 만큼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게 합당하다는 주장이 주류다.

전문가들마다 한결같이 강조하는 핵심대책은 건설업 구조조정이다.

박재룡 연구원은 “건설사를 살리겠다는 잘못된 사인을 정부가 보내는 것은 잘못”이라며 “부실건설사를 강력히 구조조정하고 여기서 살아남은 우량기업 중심으로 지원대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가낙찰로 얼룩진 공공공사 발주제 개편도 화두다.

건설기술연구원 이교선 건설시스템연구본부장은 “공공부문 최저가낙찰이 늘고 업계의 무리한 저가투찰이 횡행하고 있다”며 “정부가 잘못 관리할 경우 견실한 업체까지 부실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저가심의를 강화하는 등의 정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에 대한 당부도 나왔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정부의 출구전략은 시기가 문제일 뿐, 무조건 현실화될 사항”이라며 “무턱대고 정부 지원만 요구할 게 아니라 경기부양책이 약화될 것에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내실화하고 민자ㆍ해외ㆍ녹색에너지 등 신시장 개척노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이런 제언과 관련,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건설경기 진작과 관련한 기재부, 금융위, 청와대의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며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지방미분양 애로를 해소할 대책 정도가 선행하고 하반기 상한제를 포함한 반시장적 규제에 대한 손질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전문가별 건설위기 해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추경편성 등 경기부양책 지속(최소 2~3년)

 △국토연구원 김성일 건설경제전략센터장-미분양 매입 등 선별적ㆍ미시적 정책 보완

 △건설경제정보센터 김재영 센터장-공공공사 낙찰률 보전, 건설업 구조조정(하도급사 보호책도)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건설업 구조조정과 조정 후 견실기업 지원, 상한제 폐지

 △건설기술연구원 이교선 건설시스템연구본부장-과잉경쟁 억제, 저가심의 강화, 해외건설 육성

 △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실장-민자ㆍPF금융시스템 개편, 보금자리주택 민관합동 개발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정책 예측가능성ㆍ일관성 확보, 민자ㆍPF사업 활성화

김국진기자 jinny@ 권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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