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못하겠다” 공공입찰 포기 검토에 탄원서 준비까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09회 작성일 23-11-13 10:35본문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이번 ‘직접시공’ 의무화 조치는 원가율 악화, 고금리에 이어 내년 공공건설시장 최대 악재로 부각됐다. 직접시공으로 관리비 ‘폭탄’이 예고되면서 건설사 일부에선 공공시장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건설사 일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행정안전부 ‘지방계약 예규 개정(안)’에 대한 탄원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시공 이슈는 발주기관에서도 2000년 중반에 이미 시범사업을 진행하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도중에 포기하고, 대형건설사조차도 직접시공 체제 전환에 실패한 바 있다”며 “행정안전부에 직접 시공제도 도입 의견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으며 대형사를 중심으로 탄원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직접시공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화 조치만 무턱대고 확대하면, 종합건설사업자는 물론 전문건설사업자까지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게 공공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공사의 30% 이상을 직접 시공해야 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종합건설사의 관리비 폭증이다. 직접 시공 시 현장 노무ㆍ자재ㆍ장비 관리 일체를 종합건설사가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3% 이상의 원가율 악화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직접 시공을 진행 중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직접시공 30%를 맞추려면 서울시에서 앞서 발표한 안전ㆍ품질과 연관되는 핵심공종인 철콘공사를 해야 하는데 철콘은 이미 하도급계약을 해도 하도급율 100%을 넘어가는 공종”이라며 “여기에 종합사가 추가해야 하는 관리비까지 생각하면 입찰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직접시공 확대가 오히려 부실시공, 안전사고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60년 넘게 종합건설업체는 계획ㆍ관리ㆍ조정의 역할을 전담하고 전문건설업체가 실제 공종별 시공을 해왔기 때문이다. 생산체계가 정립된 상황에서 경험이 없는 종합건설사가 직접시공을 진행할 경우, 사건사고 등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시공 의무화로 전문건설업체 또한 비상등이 켜졌다. 종합건설사의 직접시공 비율이 높아질수록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업은 계약액 감소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직접시공 반대 의견에 서울시를 중심으로 한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종합건설사 직접시공 확대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건설현장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시공 확대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최근 발표한 서울형 건설혁신 정책이 그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각종 부실시공 문제점을 파악한 결과, 부실 발생 원인은 현재 운영되는 하도급 관행으로 파악했다. 종합건설사가 부실 발생 시 하도급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저가 수주 등 무리한 하도급으로 부실시공을 자행하고 있으니, 직접시공 의무화를 통해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익명을 요청한 입찰제도 전문가는 “행안부의 예규 개정안은 정부에서 반복적인 부실공사를 보고 1만9000여 종합건설업체, 7만9000여 전문업체 중 관리 가능한 소수 대형건설사 외에는 모두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작정하고 준비를 한 결과물”이라며 “원자재 급등,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민간건설시장은 사실상 폐점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종합과 전문을 막론하고 건설사 폐업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대한경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