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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도급사 직접시공 무턱대고 확대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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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3-09-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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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에서 직접시공 의무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원도급자가 자신의 인력과 장비, 자재를 직접 투입해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4월 SH공사를 비롯한 산하기관에 직접시공비율 50% 적용을 권고한 데 이어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현재 10% 수준인 직접시공 의무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자가 직접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건설산업에는 생산체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업체는 계획ㆍ관리ㆍ조정의 역할에 집중하고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는 시공기술의 특화를 통해 공종별 시공을 전담하도록 하는 게 생산체계의 틀이다. 이러한 생산체계하에서 원도급자의 직접시공을 늘리는 것은 생산체계의 붕괴 또는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 정책의 기조가 직접시공을 강화하는 것이기는 하다. 정부는 당초 3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했던 직접시공 의무를 지난 2011년 50억원 미만으로, 2019년 70억원 미만으로 확대했다. 이는 건설산업의 오랜 병폐인 중층 재하도급 문제와 공사수주와 함께 일괄로 공사를 넘기는 페이퍼컴퍼니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직접시공 의무비율을 늘릴 일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발주공사 대부분이 1000억원대 이상의 대형공사다. 주로 대형건설사가 원도급자로 참여한다. 대형건설사에 직접시공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 건설업체의 국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대형건설사는 EC(Engineering Construction)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오히려 계획ㆍ관리ㆍ조정의 역할을 더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원도급사 직접시공의 확대는 적정임금 실현을 목표로 한 노동계의 오랜 요구다. 그렇다고 건설업체의 경쟁력이 무시돼서는 안될 일이다.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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