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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공공시장 로비사슬 끊자] 심사위원에 수억대 뒷돈 관행… 생산성ㆍ경쟁력 저하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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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63회 작성일 22-03-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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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대한경제=채희찬 기자]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등 기술형입찰은 물론 건축설계공모와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방식의 건설기술용역, 민간사업자 공모 등에서 심사위원에 대한 로비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건설산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사위원 로비 없이는 사업수주가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건설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신념처럼 굳어져 있는 지경이다.

일선 영업을 담당하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기술형입찰의 경우 심사위원 1명에게 수주에 성공하는 조건으로 건네는 시장 가격(?)이 ‘발주금액 1000억원당 1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간혹 경쟁이 과열되면 수억원대까지 뛰어오른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턴키 방식으로 집행된 토목프로젝트의 경우 심사위원당 영업비가 최고 5억원에 달했고, 최근 펼쳐진 같은 방식의 프로젝트는 많게 4억원까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원에 선정된 인사가 먼저 (심사위원에 선정됐다고) 연락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심지어는 타사의 제안액을 밝히며 흥정을 하는 심사위원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로비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술형입찰시장 상황에 대해 대형사 관계자들은 중견사들에 책임을 돌렸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그룹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을 중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자금으로 쓴다는 것은 상상조차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술형입찰에서의 로비는 중견사들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형사들의 기술형입찰 참여가 최근 몇년 전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시공능력평가액 1위 삼성물산은 지난 2017년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의 한국은행통합별관 신축공사 입찰 이후 5년간 기술형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이 기술형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로비로 얼룩진 입찰 시장에 참여해봤자, 수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그러나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중시하는 대형사라고 해서 수주경쟁에 뛰어든 이상 손놓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벌어진 토목프로젝트 경쟁에서 일부 대형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중소건설사들에 영업비용의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 중소사 관계자는 “대형사인 대표사 관계자가 컨소시엄 구성원들에게 영업비용의 분담을 요구했다”면서 “회사내부적으로 고민한 끝에 고액의 설계비를 부담한 점을 들어 더 이상의 비용지출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에 대한 로비는 시공업체들의 기술형입찰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민간사업자 공모 및 건축설계공모, 종심제 방식의 건설기술용역, 특정공법심의도 매한가지다.

건축설계공모는 지난해 ‘공모액의 2%’까지 오른 심사위원당 영업비가 최근에는 5%까지 치솟았고, 종심제 방식의 건설기술용역은 심사위원당 5000만원 가량의 영업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공법 심의에는 수십억원대 공법심의에 심사위원당 사례비가 수백만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산업계는 기술형입찰 등에서 로비가 일상화된 현실에 대해 일부 심사위원들의 부도덕성을 꼬집었다.

로비가 불법한 것은알고 있지만 로비를 하지 않으면 수주를 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각 발주기관마다 심사위원을 임직원인 내부위원보다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전문가 풀을 만들어 놓고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풀에서 외부위원을 선임하는 식이다.

이렇다보니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공기관 심사위원 풀에 들어가는게 하나의 벼슬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히 학생 수 급감으로 재정이 어려운 대학이 늘면서 교수들에 대한 처우가 낮아지면서 심사위원직을 벌이수단으로 여기는 인사들도 일부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지방 사립대학들은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적은 연봉을 지급하며 많은 교수들을 고용하면서 이들에게 건축설계업 영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아뜰리에 수준이라 부족한 연봉과 매출을 메우기 위해 각 공공기관의 설계공모 심사위원 신청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업이 교수보다 심사위원인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형입찰의 로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건설사들도 심사위원에게 검은 돈을 건네지 않고 설계와 시공 경쟁력으로 승부하면 좋으나 과거에 심사위원 풀을 비공개로 할 때나 지금처럼 50명 안팎으로 공개하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건축설계 관계자는 “과거에 대학 교수는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교수와 심사위원으로 돈벌이를 추구하는 업자로 나뉜다”며 “업계도 자정하고 싶지만 그러면 심사위원들에게 낙인이 찍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채희찬기자 chc@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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