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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APEC과 한국의 미래 -신건철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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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74회 작성일 21-07-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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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아·태 공동체의 무역 활성화, 경제·기술 분야의 협력 증진을 통한 이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삼고 설립됐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GDP의 약 59%,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 협력체이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 간 각료회의로 출범한 APEC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아·태지역 21개국을 포함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이어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말레이시아가 APEC 역사상 처음 화상회의를 주최했다. 화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침체된 역내 경제 회복과 고용 창출을 위한 재정투입의 필요성 및 회복력 있는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정책 공조를 지속하기로 하였다. APEC의 미래 청사진으로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채택했다. ‘2020년까지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실현’이라는 APEC의 목표를 제시한 보고르 선언(1994) 이후 향후 20년간(2040년까지)의 새로운 비전을 마련한 것이다.


푸트라자야 비전 2040에 포함된 무역 투자 자유화, 디지털 경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3개 핵심 요소는 우리나라가 선도적 경험과 역량을 가진 분야로 향후 APEC 내 우리의 활동 영역과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우리의 10대 수출국 중 8개 국가가 포함된 APEC에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해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이동 원활화를 정상선언문에 반영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21 주최국인 뉴질랜드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여 화상회의로 결정했었다. 올해 APEC의 주요 포커스 역시 코로나 사태의 회복이다. 첫째, 회복을 강화하는 경제 무역 정책 (Economic and Trade Policies that Strengthen Recovery), 둘째로 회복을 위한 포용성 및 지속가능성 증진(Increasing Inclusion and Sustainability for Recovery) 그리고 혁신과 디지털을 통한 회복 추구(Pursuing Innovation and a Digitally-Enabled Recovery)가 3대 핵심 의제로 설정됐다. 우리나라도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유행의 기로에 있지만 여타 APEC 국가에 비해 민관의 협조가 돋보이는 편이다.

지난달 개최된 APEC 제2차 고위관리회의(SOM)에서는 회원국들이 효율적인 감염병 유행 대응과 경제 재건을 위한 역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각 회원국들이 역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명성 증진과 무역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 협의하고, 코로나19 백신의 생산·분배 지원책으로서 무역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회복하기 위해 디지털 경제 전환 촉진, 녹색회복 등 구조개혁을 동반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한국은 역내 공급망 강화, 서비스 경쟁력 강화, 구조개혁, 디지털 경제 촉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역내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이후 5년 동안 계속 APEC의 주제와 핵심 의제에 포함되고 있는 ‘디지털’ 의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확산에 따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경제 분야와 관련 협력사업, 지역경제 통합을 위한 FTA 협상 역량 강화 등은 APEC 내에서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중점사업이다.

이달 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만장일치로 우리나라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다. 1964년 UNCTAD 설립 후 57년 역사상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과거 유엔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키고 미군의 빵으로 학교 급식을 받았던 우리가 이제는 국제사회의 당당한 공여국이 되었다. 1980년대 자료수집차 방문한 유엔본부에서 미가맹 국민으로 냉대를 받았던 우리가 이제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고 사무총장까지 배출하게 됐다.


이번 학기 필자의 국제마케팅 수업은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 학생들이 수강했는데 한국 학생 수는 삼분의 일 수준이었다.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나라의 선택은 그들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인데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매력적인 나라가 된 것이다. APEC에서도 우리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협력을 이끄는 가교 국가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향후 한국이 아·태지역 FTA를 주도하고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뛰어넘어 우리의 국격을 제고시킬 시대적 소명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 신건철 경희대 경영대교수 (한국APEC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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