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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정정공고 속출… ‘아마추어’ 발주행정에 속타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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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97회 작성일 21-01-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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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발주기관의 어처구니 없는 입찰이 쏟아지면서 공공건설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본적인 입찰 실수를 반복하면서 연간 수천억에서 조 단위 규모의 시설공사 발주를 담당하는 대표기관들의 행정 역량이 ‘프로’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는 지적이다. 아마추어 발주 행정에 피해는 고스란히 입찰 건설사만 입는 모습이다.

11일 건설업계와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첫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를 발주하면서 무려 4차 정정공고까지 내며 입찰일정을 3번이나 연기했다.

간이 종심제 공사는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사업에 적용되는 사업이다. 문제가 된 입찰은총공사비 132억원 규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계획 변경 및 부대공사’다.

가스공사는 우선 물량내역서(BID 파일) 내부에 직접공사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간접비 적용 요율을 잘 못 작성하는 기본적 실수로 한 차례 연기했다.

이후 나온 공고에는 하도급계획서 작성 시 안전관리비, 품질관리비 등 총 6개 항목은 하도급계획 심사 제외대상인데 이를 BID 파일에 반영하지 않는 실수로 연기했다.

가스공사는 또 4차 정정공고를 내고서 안전관리비와 품질관리비를 ‘산출경비’에 합산해 반영하는 실수로 입찰 일정을 연기했다. 이는 공사계약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세부기준이 지난해 8월12일 개정됐는데 이를 이전 기준인 지난해 4월29일 기준으로 작성하면서 입찰 실수를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는 570억원 규모 종합심사낙찰제 대상공사인 ‘청주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신청주분기)’ 입찰을 2번이나 연기했다. 이에 따라 애초 지난해 12월 21일 진행하려던 개찰은 1월 8일을 거쳐 이달 15일로 한 달 가까이 연기됐다. 한국전력공사 또한 국내 전력산업을 선도하는 대표 발주기관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기본적인 실수를 쏟아냈다. 건설공사안전관리비항목에 고정비용을 반영하지 않다가 추가로 반영하면서 고정비용 비중이 2.0%포인트 늘어났다는 게 이유였다.

또 하도급계획대비표 상 △국민건강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근로자퇴직공제부금비 △건설기계대여대금지급보증서발급금액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산출을 전부 틀리게 기재해 정정했다. 물량내역서상 금액조정 불가 항목에 대한 부가가치세 작성란과 총계 작성란을 빠뜨리는 실수도 했다.

발주기관의 정정공고 ‘난사’에 입찰 건설사는 입찰 일정 조율부터 관련 서류를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극심하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견적팀 관계자는 “PQ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종심제 관련 서류부터 내역까지 모조리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발주기관이 입찰 문제점을 파악한 즉시 취소공고를 내준다면 내역입찰에서 내역 작업을 되풀이하는 헛수고는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발주기관은 올해에도 여전히 입찰 전날 기습 취소공고를 내고서, 곧바로 정정공고를 내면서 입찰사는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일방적 갑질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전력공사는 ‘부산 강서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세산분기)’ 사업을 신규 공고한다고 4일 공지했는데 이는 5일 입찰 전날 취소 공고한 것이다. 설계서 오류로 추정가격이 변경되면서 설계서 수정 후 정정해 올린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금액이 변경돼 재공고 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취소결정 사실이라도 좀 빨리 알려주면 의미 없이 반복해야 하는 업무 부담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에 이 같은 황당 정정공고 사태가 속출하는 이유는 발주기관들이 지난해 연내 발주를 위해 무리하게 물량을 밀어내기 식 발주가 성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발주 프로세스의 전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확인 한번 했으면 정상 발주됐을 공사들이 기본적인 검증조차 없이 발주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며 “봄부터 여름까지 극심한 물량 가뭄이 지속하고 겨울에 발주가 집중되는 근본적인 문제의 개선 없이는 정정공고 사태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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