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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단가 적정성 검토, 예산 초과 때만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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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19-10-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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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가격이란 설계시공분리(design-bid-build) 입찰에서 낙찰 상한(上限)이며, 투찰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가격을 말한다. 최근 공공공사에서 공사비와 관련된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입찰 단계에서 예정가격이 합리적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국가계약법령에 규정된 예정가격의 결정 과정을 보면, 우선 실시설계가 완료된 후 설계자는 정부에서 정한 ‘원가계산에 의한 예정가격 작성준칙’에 근거하여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 항목별로 단가(unit price)를 산출하고, 여기에 간접노무비나 일반관리비 등을 반영하여 설계금액을 확정한다. 발주자는 설계금액을 토대로 ±2%를 적용하여 15개의 복수 예비가격을 작성하고, 이 가운데 4개를 뽑아 그 평균을 예정가격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발주기관에서는 설계자가 산출한 설계금액을 관례적으로 일부 삭감한 후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재정 부족을 사유로 발주자의 예산에 맞추어 설계금액을 인위적으로 감액하는 사례도 있다. 더 나아가 제도적으로 설계금액의 삭감을 유인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총사업비 관리지침’ 제22조를 보면, 중앙관서의 장은 실시설계 완료 후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 이전에 조달청장에게 단가의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조달청에서는 위탁받은 모든 공사 입찰에서 수요기관이 제출한 설계금액에 대하여 단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단가 적정성 검토는 원가계산 내역을 재검토한다는 측면에서 얼핏보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예산 절감을 표방하면서 설계금액을 무리하게 삭감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조달청에서 대량 구매하는 관급자재 단가를 적용하여 자재비를 삭감하는 사례가 있다. 표준품셈 대신에 실제 계약단가를 적용하여 삭감하는 사례도 있다.

  만약 설계금액을 2% 삭감하고, 이를 토대로 ±2%를 적용하여 복수 예비가격을 작성한다면, 예정가격은 설계금액보다 최대 4% 삭감될 수 있다. 즉, 입찰 이전에 이미 낙찰률이 4%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발주자의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정상적인 낙찰을 어렵게 한다.

  일본에서는 2014년에 ‘공공공사의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적정한 적산 및 시장가격으로 산출된 설계금액을 인위적으로 삭감할 경우 이를 위법(違法)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예정가격이 부당하게 인하되면서 덤핑 수주를 조장하고,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 확보가 미흡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견적 능력이 우수한 입찰자가 오히려 배제될 우려가 있고, 하도급업체나 근로자에게 어려움이 전가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7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총 1788개 공공기관 가운데 약 92%의 공공기관에서 예정가격을 설계금액과 동일하게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으로 설계금액을 삭감하여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행위가 거의 근절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사례를 보면, 최종 적산 업무는 설계ㆍ컨설턴트의 코스트 관리업무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연방조달청(GSA)에서는 설계 단계별로 비용증가보고서(cost growth report)를 요구하여 프로젝트 예산을 초과하는가를 추적한다. 만약, 실시설계 단계에서 발주자 예산을 초과할 경우 설계자에게 비용 절감 대책이나 대체 설계안 작성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주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도 최종 적산은 설계ㆍ컨설턴트에게 일임하고 있다. 다만, 산출된 단가가 실제 시장단가와 현저하게 괴리된 경우에는 발주자 측의 적산 담당자가 이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변경 시에는 명확한 근거 자료의 제출과 설명이 요구된다.

  영국에서는 설계자와 별도로 코스트 분야 전문가로서 적산사(quantity surveyor)가 원가계산에 관여한다. 즉, 원가의 적정성은 원가계산을 담당하는 적산사의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 판단에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 판단할 때, 조달청과 공공발주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가 적정성 검토 제도는 폐지 또는 간소화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정부가 정한 원가계산 기준에 의거하여 설계금액이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수정할 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단가 적정성 검토 제도가 합리적인 원가 산정 체제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발주기관의 삭감을 의식하여 고의적으로 설계금액을 부풀리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제도가 부정이나 불합리를 유인하는 역설로 볼 수 있다.

  만약 단가 적정성 검토 제도를 존치한다면, 설계금액이 발주자 예산을 초과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계금액의 수정 범위는 국가계약법령에서 정한 원가계산 기준을 위반했거나 법적 요율을 잘못 적용한 경우, 일부 공종이 누락된 경우, 계산 착오나 중복 계산된 항목 등으로 국한해야 할 것이다.

 

최민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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