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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공계약, 이중잣대 적용 말아야-경희대학교 산업관계연구소 장훈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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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72회 작성일 18-12-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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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조달청 발주·심사 공사과정에서의 입찰비리 의혹(10월29일자 1면)을 보도한 후 최근 공공계약에서 예정가격을 초과할 수 없다는 의견과 초과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국가계약법령과 국가계약제도를 오랫동안 담당한 나로서는 이 같은 충돌이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먼저 논란이 되는 예정가격제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예정가격은 낙찰자 및 계약금액의 결정기준으로서 최고가 제한가격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대법원 2009다88617). 낙찰자 및 계약금액이 예정가격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고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기본법인 국고금관리법 제20조는 “지출원인행위(계약)는 중앙관서의 장이 법령이나 국가재정법 제43조에 따라 배정된 예산 금액 범위에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정가격은 일반적으로 예산 범위에서 예산액보다 낮게 작성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개별 사업에 따라서는 예산액을 최대로 활용하여 예정가격과 예산액을 일치시킬 수도 있으므로 예정가격은 예산액과 동일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예정가격을 초과한 입찰은 곧 예산을 초과한 입찰이 될 수도 있다. 만일 예정가격을 초과한 입찰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찰자 또는 계약상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성립한다면 국가계약법령상 예정가격 관련 체계가 부정돼야 한다. 나아가 예정가격 규정을 예산가격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예정가격 작성에 대해 살펴보면 국가계약법령상 예정가격 작성은 원칙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협상에 의한 계약의 경우 예정가격 작성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과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의 경우에는 아예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의 경우는 예정가격 작성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거나 예정가격 작성을 배제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점에서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의 경우는 다른 통상적인 입찰이나 성격이 유사한 대안입찰의 경우와 같이 예정가격 작성이 의무화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에 대해 각 발주기관에서 예정가격을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있고, 또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시에도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조정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혹자는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제도의 취지상 예정가격 초과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입찰자의 신기술·신공법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입찰도 예정가격을 상한으로 설정하여 이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이라고 하여 입찰금액의 상한인 예정가격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해야 그 취지가 달성된다는 주장은 그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도 당연히 예정가격과 관련한 조항에 기속된다. 그럼에도 유독 입찰 시에만 예정가격을 초과해도 낙찰자 또는 계약상대자가 될 수 있다며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명백히 국가계약법령에 위반되는 주장이다. 이제 더 이상 논란을 멈추고 국가계약제도를 국가계약법령에 충실하게 운용해 나갔으면 한다.

경희대학교산업관계연구소 장훈기 교수(전 기획재정부 회계제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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