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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위기 이대로 방치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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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20회 작성일 10-03-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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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규 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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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래불사춘. 건설업계의 요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을 이보다 더 잘 대변하기도 쉽지 않을 듯싶다. 공사물량이 없는 데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저가낙찰 등으로 업계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봄은 왔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주 말 낙찰자가 선정된 영산강 하구둑 턴키공사에서 또다시 저가낙찰 소식이 들렸다. 남양건설이 턴키방식으로 수주한 영산강 2공구의 낙찰률은 50.32%. 턴키공사의 역대 최저 수준인 금강 5공구(50.23%)와 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량부족 상황에서 일감확보를 위한 치열한 수주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연초 4대강 2차 턴키에서 속출한 저가낙찰이 이달 들어서는 다른 공사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공정위 조사도 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공사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지 낙찰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건설업계를 벌집 쑤시듯 뒤지고 있다. 턴키공사에서 낙찰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은 다 무시한 채 낙찰률만 높으면 담합이 의심된다며 몰아붙인다. 건설업체들이 담합을 의심받으면서까지 90%대에 투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90%대에서 공사를 따도 적자가 뻔한데 이보다 더 낙찰률이 내려갈 경우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턴키공사의 낙찰률은 시민단체나 국감장 등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한 지 오래다. 대개 최저가 공사와 낙찰률이 차이가 크다는 점을 들며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턴키공사와 일반공사의 차이점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턴키공사의 경우 최저가 등 일반 공사에 비해 설계의 질부터 다르다. 일반공사는 발주처가 제시한 설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지만 턴키공사는 참여 건설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최고 모델에 최고급 제품으로 설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사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설계변경도 되지 않아 제값에 수주하지 못할 경우 손실보전을 받을 길도 없다. 손실분을 건설사가 몽땅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4대강 2차 턴키에서 저가낙찰이 이어지자 이들 공사를 특별 관리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정부 역점사업이다 보니 부실시공이라도 발생하면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 입맛에 따라 나오는 처방은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건설업계의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건설업의 경우 올해도 중점 구조조정 대상업종으로 선정돼 금융권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융위기가 촉발된 작년보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래도 정부는 건설업이 처한 현실은 외면하고 남몰라라 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다 구조조정 등으로 건설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도 말이다.

 건설업이 숨을 쉴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건설업계가 홀로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발주기관이나 정부가 건설업이 숨을 쉴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건설업은 나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추산업이다. 건설업이 붕괴되면 국내경제가 흔들리고 서민경제가 설자리를 잃게 된다. 건설업이 살지 않고 나라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건설업계도 당연히 저가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무리하게 공사를 수주하기보다는 자사에 맞는 수주전략을 수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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