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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갑질'…법적 대응력 약한 중소사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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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50회 작성일 16-02-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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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약속 해놓고 재판가면 등돌리기 일쑤

무조건 공문발송…모든 걸 문서로 남겨야

“설마 저한테 그럴 줄 몰랐어요”

지방 중소건설사 소속 현장소장 A씨는 3년 전 공공 발주처 담당자 B씨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공사기간 내내 형님동생하며 지내다가 B씨가 준공 후 추가공사비를 지급할 때가 되자 180도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A씨는 주차장 바닥공사를 하던 중 부지가 너무 평평한 것을 발견했고 “현재 설계대로 하면 물이 잘 안 빠질 것”이라고 B씨에게 전화를 했다. B씨는 “경사를 잡는 쪽으로 공사를 진행하라”고 대답했다. 구두상 설계변경 지시였다. 총 5억원 공사비 중 4000만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러나 준공 후 B씨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답답했다. 하지만 B씨가 설계변경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B씨는 원래 도면대로 현장을 원상복구하라고까지 했다. 본인이 설계변경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다. 해당 건설사는 추가공사비를 받기는커녕 원상복구 비용과 소송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그 후로 A씨는 공공공사를 할 때 모든 논의를 ‘공문발송’으로 한다. 여의치 않으면 녹취라도 한다.

법무인력을 따로 갖춘 대기업이 아닌 대다수 중소 건설사들은 발주처의 불공정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소송 자체가 번거롭고 또 그 대상이 ‘갑’인 발주처다 보니 공사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정 싸움에 대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사회 특유의 온정주의 때문에 발주처와 건설사 담당자들 사이에 문서를 꾸미는 문화가 쉽게 정착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설계변경ㆍ추가공사비 지급과 관련해 발주처의 말 바꾸기를 경험한 건설사들은 ‘무조건 문서화’를 강조한다.

최근 서울시 S구와 ‘○○대로 하수암거 확충 공사 추가공사비 지급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K건설사도 최소한의 서면 증거가 있었던 점이 승소에 도움이 됐다. 법원이 K사가 절박한 심정으로 보낸 수차례의 공사비 증액요청 ‘공문’을 보고 “기존 공사비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중소건설사 영업 담당 K씨는 “설계변경은 예산증가로 이어지는데, 그 증가액이 공사비의 10% 이상이면 담당 공무원은 징계를 받고 설계회사도 감점을 받는다. 공무원이 문서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실제 피해를 보는 건 건설사다. 번거롭더라도 문서화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말했다.

윤석기자 ys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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