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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민자도로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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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산업관계연구소 댓글 0건 조회 1,144회 작성일 10-03-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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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없이 최초제안자 ‘무혈입성’

 민간자본으로 건설하는 도로사업에서 처음 사업을 제안한 사업자가 경쟁없이 그대로 사업을 맡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 출혈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원인이지만, 금융권이 민자도로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건설사가 경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양주시가 지난달 11일 제3자 제안공고를 내고 지난주 사전등록서류 접수를 마감한 금곡∼오남 고속화도로 민간투자사업. 이 사업은 대표사인 현대엠코를 비롯해 한일건설이 건설투자자(CI)로 나서고, 재무투자자(FI)로는 발해인프라투융자가 참여한 금곡오남고속화도로주식회사(가칭)가 제안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서 오남읍까지 연장 6.9㎞ 왕복 4차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사전등록서류 접수결과 최초제안자 이외에 나선 곳이 없어 이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한 금곡오남고속화도로가 그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BTO(수익형 민자사업) 등 민자사업에서는 민간이 제안해 사업 추진이 결정되면 이 사업에 대한 제3자 제안을 받아 최초제안자와 다른 사업자간 경쟁을 거친다. 경쟁을 통해 보다 우수한 조건을 제안한 사업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채택하기 위한 절차다.

 금곡∼오남 민자도로에 경쟁자가 나서지 않은 이유는 최초제안자에 대한 가점(총 평가점수의 5%)이 높았고, 남양주시가 제3자공고 이후 불과 15일만에 컨소시엄을 꾸려 등록하도록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민자사업 제3자공고에서는 사전등록서류 접수 절차가 없고, 최초제안자 가점도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사업이 이처럼 최초제안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민자사업을 둘러싼 금융환경과 낮은 수익성에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민자사업 출혈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투자유치가 어려운 금융환경과 민자사업 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이후 제3자 제안공고가 나온 사업 가운데 창원시의 지개∼남산, 부산시의 천마산터널, 화성시의 비봉∼매송 민자도로사업에서 추가로 나서는 사업자가 없어 최초제안자가 경쟁없이 ‘무혈입성’했다.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민자업계에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본질적인 원인이 민자사업의 수익성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있는 만큼 환영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남앙주시 관계자는 금곡∼오남 고속도로에 대해 “사업시행자가 보상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지 않고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 제3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3자 경쟁을 자제하고 최초제안자가 사업을 맡는 분위기”라며 “금융위기로 시장이 위축됐고 금융권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없으면 경쟁도 없는 건 당연하다”며 “정부가 예산절감을 위해 민자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라면 예산절감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석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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