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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의 또다른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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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산업관계연구소 댓글 0건 조회 1,180회 작성일 10-01-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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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대기자(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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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일본 코베. 시가지는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고 시민들의 발걸음에는 활기가 넘친다. 지난 1995년 1월 17일 한신대지진으로 6000여명의 생명이 희생됐던 도시로 보이지 않는다. 토막난 고속도로 사이에서 자동차가 엉키고, 화재와 무너진 건물틈에서 아우성을 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지진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이후 쓰나미를 동반한 수마트라 대지진, 8만여명이 희생된 중국 쓰촨성 대지진,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아이티 강진 등 크고 작은 지진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복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예정으로 있지만 코베시처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복구를 마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신대지진으로 코베시가 초토화됐을 때 일본 건설업계는 일본 토목기술의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관동대지진급의 대지진이 와도 절대 무너지지않을 정도로 설계했다는 토목구조물들이 여지없이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일본 건설업의  ‘안전신화’가 무너진 사건으로 기록됐다. 또 토목기술에 대한 기술자들의 인식을 바꾼 사건이기도 하다. 구조물은 지진 등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다음 피해를 최소규모로 억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목공학의 입장에서 보면 설계에 대한 개념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완벽하게 안전한 구조물은 없다. 일본은 한신대지진까지만 해도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가 이뤄졌다. 그러나 상정하지 않았던 힘이 작용하자 그렇게 안전을 장담했던 구조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지진의 힘이 건설기술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 또 지진발생에 따른 피해규모 등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첨단의 과학기술과 건설기술을 다 동원해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끝없이 발생한다. 이런 기술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재앙을 방지할 수는 없다.

 대지진이나 홍수피해 등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건설업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재해예방에서 복구에 이르기까지 늘 건설업이 그 중심에 서왔다. 한신대지진때만 해도 그렇다. 건설사들은 지진발생 후 2주일동안 재해지역에 16만여명의 인력과 8000여대의 건설장비를 투입해 복구에 매진했다. 뿐만아니라 8000여대의 건설장비, 2200여동의 임시 화장실, 비닐시트 26만매, 식수 57만ℓ, 임시주택 등의 물자도 지원했다. 인명구조, 장비ㆍ자재 조달 등 가능한 자원을 다 투입하며 사회 안전망 역할 충실히 해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진기술 등을 축적하며 피해도시를 복구했다. 건설기술이 도시를 복구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홍수 등 피해가 발생했을 때 건설업계가 가장 먼저 피해복구에 나선다. 복구공사가 발주되기 이전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장비와 자재, 인력을 동원해 피해를 복구한다. 또 초고층 건물 등 대형구조물이 속속 들어서는 등 건설환경의 변화에 맞춰 방재와 관련된 기술들을 잇따라 개발하며 기술력을 축적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재해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 해야 한다. 재해지역에 119구조단을 파견하는 것도 좋지만 건설기술자들도 파견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외의 현장경험과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은 다양한 방재분야에 활용해야 한다. 건설업의 존재 이유와 사회역할을 재인식할 때다.  전병수기자 bs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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