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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입찰참가제한 제도 개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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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53회 작성일 14-12-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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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변호사, 법무법인 평안)

 공공발주계약은 일반적인 계약과 비교하였을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계약당사자인 발주처가 역시 계약당사자인 업체에 법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발주계약의 성격을 행정처분이 아닌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사법(私法)상 계약으로 보는 통설·판례에 비추어 볼 때 입찰참가제한제도는 상당히 이질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찰참가제한제도는 제재의 사유나 수단에 대하여 여러 가지 비판이 있어왔다. 최근 들어서는 많은 업체에서 입찰참가제한처분의 근거 규정에 대하여 헌법소원 등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입찰참가제한제도의 문제점 중 두 가지 정도만 간략하게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혁방안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입찰참가제한에 따른 파급효과가 업체가 감당할 정도를 넘어선다. 입찰참가제한을 받은 업체는 그 기간 동안 해당 발주처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관서나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상당수 업체의 매출에서 공공발주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입찰참가제한처분은 사실상 영업 제재 수단으로 기능하며 업체는 영업 중단으로 존폐를 우려해야 할 정도에까지 몰리게 된다.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공익에 비하여 침해당하는 계약상대방의 불이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헌법과 행정법상 대원칙인 ‘비례의 원칙’에도 심각하게 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발적 신고자에 대한 감면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입찰참가제한제도의 경우 처분 전후에 해당 행위를 자발적으로 신고한 계약상대자에 대한 처분 감면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스스로 법규 위반 사실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계약상대방을 규제할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다. 비록 처분수위를 정함에 있어 신고여부를 참작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발주처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계약상대방인 업체도 신고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정상의 혜택을 예상하기 어렵다.

 참고로 공정거래법 제22조2에서는 사전신고자에 대하여 시정조치,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리니언시(leniency)라 불리는 이 제도는 담합 등 부당공동행위를 한 자 중 자진 신고를 한 자 또는 증거 제공 등의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한 자에 대하여 처분을 감면하는 것을 말하며 현재 영국, 미국 등 29개국에서 운영 중에 있다. 담합 등 부당공동행위 사실을 처음 자진 신고한 업체에는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를 전부 면제해주고, 두 번째로 신고한 업체는 50%를 경감해주고 있다.

 특히 업체 간 담합은 공정거래법 제22조, 제19조 제1항에 따른 과징금 부과사유일 뿐만 아니라 국가계약법 등에 따른 입찰참가제한 사유이기도 하는데 계약상대자가 리니언시를 믿고 자진 신고를 하였음에도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당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입찰참가제한제도는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핵심은 ‘과도한 제재규정 개혁’, ‘자진 신고 업체에 대한 제재 감면’일 것이다.

 입찰참가제한 사실을 다른 발주처에도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제도는 정비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통보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해당 사유의 경중, 위반 횟수를 고려하여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개정이 필요하다. 규정형식도 발주처의 재량이 많은 시행령보다는 상위법령인 법률이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일찍이 주식회사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영업의 자유는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인정받는 엄연한 기본권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은 입찰참가제한의 효과가 당해 발주처의 입찰에 한정되고 다른 발주처의 입찰에는 원칙적으로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등에 사전에 제재 사유를 신고한 계약상대방에 대하여는 처분의 감경 또는 면제를 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입찰참가제한처분에서 과징금으로 감경하거나 신고 및 조사 과정에서 적극 협조했다면 처분 자체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입찰담합 자진 신고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는 처분면제를 받았지만 발주처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는 모순된 규정은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위와 같이 현행 입찰참가제한제도는 ‘제재’라는 성격이 강조된 나머지 구체적 타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운영되어 왔다. 단순히 업체를 제재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체 스스로 법규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은 입찰참가제한제도의 성격을 단순한 ‘제재’가 아닌 ‘준법으로의 유도’로 보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규제개혁이 화두인 요즘 입찰참가제한제도는 정상화와 개혁의 제1순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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