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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건설산업의 부패에 관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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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21회 작성일 14-06-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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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박용석 연구위원, 성유경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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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선 건산연 연구위원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건설·주택 분야는 11개 분야 중 가장 부패한 분야로 인식됐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부패에 관한 인식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영국 왕립건설협회(CIOB)에서 발간한 영국 건설산업의 부패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설문 응답자의 49%가 “영국 건설산업에서 부패는 흔하다”라고 답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2011년 뇌물공여지수 조사에서는 공공계약과 건설분야가 19개 사업부문 중 가장 부패한 분야로 조사되기도 했다.

 △건설산업, 다양한 사업자와 복잡한 관계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건설산업과 부패의 연관성이 깊다면, 건설산업의 어떤 특징이 부패를 야기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발주자의 주문에 맞는 시설물을 생산하는 수주산업은 발주자와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설사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인허가, 심의, 검사 등 사업 수행 중 거쳐야 하는 수많은 행정 절차가 있다. 즉 검사·감독 등 사업 수행 중 발주처와 빈번히 접촉해야 하며, 이러한 상황은 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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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석 건산연 연구위원
 건설산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단 하나의 사업 수행에 있어서조차 다수의 세분화된 사업참여자들과 복잡한 사업관계를 맺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사업관계는 수평적·협력적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인 상하 관계로 인식된다. 흔히 ‘갑(甲)-을(乙) 관계’라고 부르는 수직적 상하 관계에서는 불공정 계약, 불공정 거래 관행이 존재하게 된다.

 그 외에도 건설·건축 관련 법령과 규제가 과다하여 불법 및 탈법 행위가 빈발할 수 있다는 점, 기술적·전문적인 업무 특성상 전문가의 주관적·전문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건설산업에 존재하는 한탕주의 문화도 무시할 수 없으며, 이러한 문화가 운찰제적 성격의 입낙찰 제도를 비롯한 건설제도의 맹점과 결합하여 무자격 부실 건설업체 양산을 초래하고, 부실 공사를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렇게 건설산업의 특성과 부패를 연관지어 볼 때, 건설산업은 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하지만 산업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근본 원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초석으로 국내 건설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패 사건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사건 분석에 있어서는 부패와 함께 부실, 부정, 불공정 등 건설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야기하는 사건들을 함께 분석하였고, 이를 건설 부조리라 정의하였다. 분석된 사건은 2010년 12월에서 2013년 12월까지 최근 3년간 언론 기사, 법원 판례,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의 자료에서 수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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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경 건산연 책임연구원
 분석 결과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어떤 유형의 건설 부조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가 △어떤 단계에서 부조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부조리가 발생하는가 등이다.

 첫째, 어떤 유형의 건설 부조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가?

 사례조사 결과, 건설산업의 부조리 유형은 뇌물(43%), 명의 대여(11%), 업무 과실(8%), 사고(8%), 담합(7%), 하도급(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 부조리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뇌물’이었다. 뇌물은 사업계획 단계에서의 청탁, 공사 수주와 입·낙찰 단계에서의 비리, 시공 감독 비리, 인허가 비리, 부실 시공 묵인 등 모든 건설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수주 단계에서 시작된 뇌물 공여는 시공 단계로 이어지며, 공공 발주자와 기업의 유착 관계로 지속되기 쉽다. 그 밖에 명의 대여, 담합, 하도급 비리 등 건설산업에서 특징적으로 발생하는 유형들이 조사됐다.

 둘째, 건설의 어떤 단계에서 부조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가?

 조사된 건설의 부조리 사건은 입찰·계약 단계(43%), 시공 단계(27%), 기획·조사 단계(5.1%), 설계용역 단계(0.9%)의 순으로 나타났다. 입찰·계약 단계에서는 입찰정보의 유출,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권한 남용 혹은 분할발주를 통해 부적절한 수의계약 체결, 금품·향응의 제공 등 발주자와 건설사업자 간의 부패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 건설사업자 간의 부패 사례로 담합이 나타났다.

 시공 단계에서는 인허가 및 심의 등 각종 업무 처리의 특혜 및 편의 제공, 관행적인 향응 및 금품 제공, 기성검사 및 준공검사 등의 비리, 부당하거나 편의에 따른 설계변경 등 발주자와 건설사업자 간의 부패 사례가 많았다. 건설사업자의 부패 사례로는 허위내역서 등 허위 서류 작성, 불법 하도급 및 일괄 하도급 등이 나타났다. 발주자의 부패 사례로는 시공 감독의 부당 행위, 부실 시공의 방조·묵인을 언급할 수 있다.

 한편 여러 건설 단계에 걸쳐 나타나는 비리 혹은 특정 건설 단계와 관련 없는 관행적인 떡값 등은 기타 항목에 포함됐다.

 셋째, 어떤 원인으로 인해 부조리가 발생하는가?

 건설 부조리의 발생 원인은 크게 제도, 사회문화, 행태의 요인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제도적 요인은 제도의 결함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사회문화적 요인은 관행화되어 죄의식 없이 부패가 발생하는 요인을 의미한다. 행태적 요인은 개인의 부패한 의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청탁, 압력, 강요 등 개인 및 집단의 이익 추구 행위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건설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는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사된 건설 부조리 사례들은 개인의 부적정한 행위(행태적)나 비도덕적 관행(사회문화적)에서 주로 발생하나, 과도하고 복잡하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불명확한 규제, 규정(제도적)이 다른 요인들을 부추기는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관행적인 불법 개선해야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건설산업의 부패 척결을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가장 많은 부조리 유형인 뇌물, 그중에서도 공사수주를 위한 입찰·계약 단계에서의 뇌물에 대하여 우선 접근이 필요하다. 발생 요인의 측면에서 본다면, 뇌물은 관행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 요인이다. 명백히 불법임을 알고도 위반하는 개인의 행태적 요인이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뇌물은 과중하거나 모호한 건설 관련 규제를 회피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제도적 요인이 제공하는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건설산업의 부패 방지나 근절을 위해서는 뇌물의 세 가지 유발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즉 행태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의 제거를 위해 엄격한 법 적용 및 집행이 필요하며, 제도의 정비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문제의 원인은 발견했으나, 구체적인 해결방법은 찾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 중 무엇 하나 손쉽게 해결될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현 상황을 탓하기보다 작은 변화의 노력을 시작한다면 건설산업은 차츰 자랑스러운 산업이 되어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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