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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설공사 간접비 문제 해결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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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91회 작성일 13-06-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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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봉(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건설현장에서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유형을 보면 크게 발주처 귀책사유와 건설업체 귀책사유로 대별할 수 있다. 건설업체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그로 인해 늘어난 간접비 등의 공사비는 당연히 건설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는 지체상금까지 발주처에 물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발주처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공기연장으로 늘어난 간접비 등은 발주처가 부담해야 할 것이고, 그 밖의 손해가 있다면 그것도 물어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 법 논리를 떠나 형평과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게 맞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 공공기관이 발주처가 되는 관급공사의 경우에는 이것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위법한 것일 뿐 아니라 계약에도 반하는 것이다.

 국가계약법령에 따르면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기간의 변경 등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를 조정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고, 정부계약조건에 의하면 예산부족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이는 발주처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므로 정부 발주처는 계약상대방에게 발생하는 실비를 정산해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혹시라도 공사기간이 연장된다고 해서 계약상대방에게 어떤 손해가 생기는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계약상대방이 3년이면 끝내고 떠날 공사를 5년간 수행해야 한다면 2년간은 해당 현장에 투입된 인력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정부계약조건에는 이러한 기회상실에 대해 보상하는 규정이 아예 없다. 그나마 보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고작 연장된 기간 동안 계약상대방에게 발생하는 간접비 등의 비용뿐인데, 발주처는 이것마저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기간이 연장된다고 해서 투입되는 자재와 노무의 양에 큰 변동이 없을 수 있으나, 이를 현장에서 관리하는 인력에 대한 비용(간접노무비), 간접자재비, 임대료, 보험료 등의 비용은 계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계약법령 및 정부계약조건에는 이를 보상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발주처는 지금까지 애써 이를 외면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최근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발주처가 건설업체의 입장에 공감을 표명하며 건설업체와 함께 이러한 간접비 해결을 위한 예산추가편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달청이 최근 총사업비 관리지침의 개정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는 것이다. 조달청은 그 건의에서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공기가 연장되면 추가되는 간접비용은 조달청의 사전검토 후 반영하는 자율조정 항목으로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달청이 가장 주요한 발주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달청의 건의는 그 의미가 크다. 국토교통부도 실무진 차원에서 개정해 달라는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한 바 있다.

 사실 총사업비 관리지침은 간접비 등의 추가비용에 대해 기재부와 사전협의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었고, 이것은 실질적으로 기재부의 허가 없이 비용증액을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간접비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조달청이 대한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에 이어 총사업비 관리지침의 개정을 건의했다는 것은 정부의 제도개선 의지표명이라는 관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에 대해 그 건의를 수용하기에는 적잖은 재정부담이 따르므로 지금 당장은 수용할 수 없고 현재 간접비 청구 소송으로 진행 중에 있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 서울구간의 1심 판결을 지켜본 뒤에 간접비 산정기준 등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간접비 부담문제는 지금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이처럼 서울지하철 7호선 소송을 핑계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물론 기재부가 전혀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판결이 나면 그 판결을 보고 그때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한 것이므로 이는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부가 자꾸만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간접비 미지급은 건설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간접비 미지급은 대형건설업체로부터 소규모 전문건설업체에 이르기까지 각 건설업체의 동반 부실화로 이어져 건설산업을 퇴보시키고 국가경제에 누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기연장 시 늘어난 간접비의 부담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계속 차일피일 미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의 조속한 제도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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