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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공기연장 따른 간접비 추가발생 불구, "줄 수 없다" 협의조차 거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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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56회 작성일 12-03-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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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선 연장선 시공사들 1년 넘게 발주처와 힘겨운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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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 청구소송이 제기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전경. 공사기간이 21개월이나 늘어남에 따라 시공사들은 불어난 간접비로 적자시공에 허덕이고 있다. 공사현장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의 불편도 공사기간 연장만큼 길어지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공기연장으로 인한 간접비 정산은 차후 문제이고 발주처에서 인력투입계획 자체를 검토하지 않는 것은 담당자의 직무유기이며 나아가 국가로서도 예산낭비 요인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 건설사들이 간접비와 관련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16일 각 공사현장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여느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북적한 현장사무실 내 분위기는 거의 준공단계에 와 있는 곳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공정률 95% 이상을 기록한 A공구의 현장 공무책임자는 “본사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독촉 전화가 온다. ‘준공이 다가오는데 왜 인력을 많이 잡고 있느냐, 다른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 올려 보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본사 지시대로 인력을 뺄 순 없다. 발주처와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인력을 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근처 B공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발주처에서 예산부족 문제로 공기연장이 결정된 후 부랴부랴 추후 공정에 따른 간접비 추가 발생목록을 작성해 제출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줄 수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면서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공기연장은 계약금액 조정 대상이라고 법령에 근거가 명시돼 있는데 계약담당 공무원은 왜 협의조차 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 최초 계약에 명시된 준공일은 2011년 3월31일(현재는 공기연장으로 2012년 12월31일 준공). 해당 현장들은 1년 넘게 발주처와 지루한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6조에 따르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공무원은 공사기간ㆍ운반거리의 변경 등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조정한다’고 돼 있다.

 2010년 11월30일 개정된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정부입찰계약집행기준 제73조)는 공사이행기간 변경에 따른 실비 산정 대상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노무량 산출과 관련해 ‘계약담당 공무원은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공사이행기간의 변경사유가 발생하는 즉시 현장유지ㆍ관리에 소요되는 인력투입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공사의 규모, 내용, 기간 등을 고려해 당해 인력투입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상대자에게 이의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기연장 시 가장 논란이 되고 또 간접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간접노무비를 정확히 산출하기 위해선 인력투입계획에 대해 발주처와 건설사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7호선 연장선의 경우 발주처에서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7명의 인력을 운영 중인 A공구 관계자는 “주요 공정은 대부분 마무리돼 타이트하게 인력을 짠다면 20명 정도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데 발주처에서 협의를 하지 않으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임의대로 인력을 뺏다가는 발주처로부터 인력을 왜 제외시켰냐는 문책이 온다”면서 “2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37명이 해야 하는지, 회사는 인력 재배치의 기회를 상실할 뿐더러 국가적으로도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B공구 관계자는 “공사현장에는 현장대리인ㆍ품질관리자ㆍ안전관리자ㆍ기술사 등 관련법 및 계약서상에 반드시 필요한 인력들이 존재한다. 인력투입계획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는 것은 이들 필요인력에 대해서도 부정하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발주처가 협의해 인력을 조정할 경우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 간접노무비를 인정한 꼴이 되니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것이다.

 C공구 관계자는 간접노무비 외에 공사손해보험을 지적했다. 공사손해보험이란 공사를 수행하면서 불의의 재난으로 인한 공사 목적물의 물적손해를 담보하는 보험이다. 그는 “터널 등 공정이 끝난 부분을 제외하면 보험료를 많이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발주처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 최초 계약에서처럼 총공사비 대비 일정비율을 곱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 역시 예산낭비 요인이다”고 말했다.

 발주처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설사들에 비용을 떠넘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현장경험이 많은 A공구 관계자는 “법정소송으로 가면 발주처에서도 100% 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전엔 현장에서 해당 발주처가 준공 즈음에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향후 발주될 공사물량을 거론하며 법정소송 철회를 압박한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공기가 늘어나면 발주처에서는 총공사비의 1000분의1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일수로 계산해 가차없이 청구한다. 계약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성립되는 것이라면 반대의 경우 발주처에서도 계약금액 조정에 응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라며 “건설사의 청구대로 모두 달라는 것은 아니다. 협의를 통해 서로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있으나, 아예 협의조차 하지 않고 조정ㆍ중재를 거쳐 또 다시 법정소송까지 가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아쉬워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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