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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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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79회 작성일 15-10-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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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장쉬보 중국 톈진대학 교수가 지난 8월 내한 강연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그래도 하는 게 낫다”는 말로 중국의 해외건설을 요약했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의 해외건설 매출액은 1400억달러(160조원), 신규 수주액은 1800억달러(210조원)이다. 건설 주간지 ENR이 발표하는 세계 250대 매출기업 중 중국 기업은 62개이며 약 4000개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다. 장교수가 추정한 중국기업의 해외시장 이익률은 1% 이하다.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기 때문에 확신은 어렵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중국을 꼽는다. 수적으로도 중국의 해외건설 시장 성장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장 교수 강연에서 파악된 중국의 해외건설 시장 성장 이유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중국의 해외건설 시장 해석이다. 해당 기업은 손해를 보지만 국가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해외시장에 투입되는 중국인의 인건비 유입, 자국 내 시장에서 발생하는 생산유발 효과는 해당 기업의 손실과 무관하게 타 산업이 입을 수 있는 혜택으로 본다.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와 일맥상통한다.

 둘째는 해외시장을 기업 대 사업이 아닌 국가 대 국가로 보는 접근 방식이다. 자본과 생산여력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경우 국가와 국가 협력으로 대규모 인프라 시장을 만들어 가는 국가사업 정책이다.

 셋째는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인식이다. 투자로 보기보다 막대한 달러 보유고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달러 보유고가 높지만 언제든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고정자산 확보 수단이다. 투자(invest)보다 자산(asset) 확보 차원으로 본다. 2014년 기준 해외 민간투자 사업에 투자한 금액이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넘는다.

 넷째는 해외진출 기업의 대부분이 공기업이라는 점이다. 해외시장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자국 내 시장을 통해 상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손실은 공공 발주기관이 어떤 식으로든 보상하는 ‘콴시 문화’가 아직 건재하다.

 우리 눈에는 승승장구하는 중국의 해외건설이지만 문제점도 발견된다. 과다 진출에 따른 자국 기업 간 경쟁 심화로 수익률은 떨어지고 인건비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조직의 유연성 부족에 따른 효율성 저하와 느린 의사결정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급기술자 부족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수직구조로 인한 내부 소통 부족과 외부와의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해외시장 비중 확대를 위해 정부가 준비하는 전략도 보인다. 매출과 수주, 그리고 해외투자 사업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가 범국가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해외 인프라시장을 태우는 전략이다. 첫 번째 대상국을 파키스탄으로 꼽았다. 경제벨트와 실크로드에 걸친 국가 인프라 시장에의 진출 확대다. 둘째가 정책은행과 기금 지원을 더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부처 간 협력과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는 외국 유학생 채용 확대를 통해 시장 진출 연결고리를 강화시키는 전략이다. 넷째는 부족한 고급인력 보완을 위해 외국 기업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마지막은 중국이 진출하는 국가에 자국화를 지원하는 일종의 홍보전략 강화가 눈에 띈다.

 중국의 해외건설을 부럽게만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중국의 강점과 한국건설이 가진 강점을 조합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식의 구상을 권고하고 싶다. 우선 정부 간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협력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독점이나 과점이 아닌 호혜 원칙 기반의 접근이다. 둘째는 중국의 정치력과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협력체계를 통해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북한 개발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자금 활용도 이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셋째는 중국이 부족해 하는 고급인력을 국내 기업을 통해 해결하는 선제적 대응이다. 넷째는 중국 유학생과 조선족을 최대한 활용하여 해외시장에서 중국과의 소통·협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이다. 중국 인력의 문제점 중 하나가 영어 능력 부족이다. 한국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중국 경제는 국가 주도에서 시장주도로 빠르게 전환해가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성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선제 대응하는 게 더 좋다는 이유다.

 중국의 해외건설 시장 확대를 견제하고자 일본도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자금과 정보를 동원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주식회사’가 해외건설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과는 경쟁하지만 중국과는 협력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도 ‘주식회사 대한민국건설’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 전면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산업체에만 맡겨 놓기에는 너무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을 통해 일자리와 일감을 확대해야 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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