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끝나지 않은 전쟁…'암덩어리' 건설·부동산 규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62회 작성일 16-01-05 09:57본문
'규제풀고, 민자끌어' 3%성장 이루자<1부>(중)
‘규제와 전쟁’ 2년, 체감도 미흡…한쪽에선 불합리ㆍ엉뚱 규제 양산
올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 4년차다. 지난 3년이 집을 설계해 기초를 닦고 벽을 쌓아 지붕을 얹는 기간이었다면 남은 2년은 내부 인테리어와 각종 편의시설을 완성해야하는 마무리 단계다. 투자를 가로막는 ‘암덩어리’로 규정하고 지난 2년 간 숨차게 달려온 규제와의 전쟁도 이제는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처럼 건설ㆍ부동산 규제 역시 뿌리 채 뽑기가 쉽지 않다.
그 동안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부처별 규제정비계획을 각각 제출받아 목표 달성률을 점검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할당된 규제개혁 건수은 투자활성화를 위한 핵심과제 10개, 일반적인 규제개선과제 179개 등 모두 189개로 전 부처를 통틀어 압도적 1위였다. 2위 보건복지부(70개)보다 100개 이상 많았다. 가히 ‘규제의 요람’으로 불릴만 하다.
문제는 국토교통 분야의 암덩어리 규제 189개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규제개혁 과제를 수치화해서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규제점검 방식을 돌연 바꿨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체감형 규제개혁’을 재차 강조하면서 수치화된 할당식 규제개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높고 파급력이 큰 단 한 건의 규제를 푸는 것이 일반적인 규제 100개를 없애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른바 양적 관리에서 질적 관리로의 전환이다. 각 부처들이 기업과 국민들의 현장애로를 직접 듣고 해법을 찾겠다며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규제개혁 작업이 양에서 질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어제까지 살생부 규제 명단이라며 관리하다가 갑자기 내팽개치고 체감형 규제를 찾아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은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체감형 규제 개선에 올인
체감형 관리방식으로 바뀌면서 건설ㆍ부동산 분야의 규제개선도 현장 애로해소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녹지ㆍ관리지역 공장의 증개축 규제가 완화됐고 법령 부적합 조례와 같은 지자체의 ‘임의 건축규제’도 상당수 정비됐다. 특히 녹지ㆍ관리지역 공장 규제로 전국 4000여개 공장이 혜택을 봤다.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덩어리 건축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입지규제최소구역과 건축협정 제도도 맞춤형 규제개혁의 대표주자다. 건축, 도시계획, 교통영향 및 개선대책, 경관 등 4개 심의를 합치고 건물 환경 및 에너지 관련 7종의 인증제도 역시 통합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계단형ㆍ대각선 등 기형 건물을 양산하고 사업성을 떨어뜨렸던 ‘사선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건물 각 부분의 높이를 도로 반대쪽 경계선까지 거리의 1.5배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도로에서 일정거리를 띄우는 건축한계선 등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선제한만 없애도 용적률이 10% 높아진다.
또 발전용량 200㎾이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설치절차가 간소화됐고 주거지역 내 주상복합 건물의 일조기준도 합리적으로 바뀌엇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1만∼3만㎡ 규모의 자투리 땅도 그린벨트에서 쉽게 풀 수 있게 개선됐다.
건설산업 분야에선 1년 이내 신생 건설사들의 일시적인 자본금 미달을 일부 눈감아주고, 전문건설업자의 직접시공계획서 제출의무를 면제해주는 등 규제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분야는 과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푸는데 집중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이 2014년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규제개혁의 신호탄을 쐈고, 서울ㆍ수도권의 1순위 청약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는 등 청약 규제도 대거 풀렸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에 이어 최근에는 ‘세대 간 병합 금지’ 규제도 일부 해제됐다.
◇한쪽에서 풀고, 다른쪽에선 다시 조이고…
이 처럼 규제 개선에 열심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엉뚱한 규제를 다시 찍어내고 있다. 정부는 건설사고와 부실공사를 초래한 시공ㆍ감리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안전관리만 전담하는 ‘안전감리자’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사 회계투명성 강화, 가계대출 관리강화 등의 명분을 앞세운 각종 대책들도 자칫 ‘수위 조절’에 실패할 경우 건설ㆍ주택업계를 옥죄는 규제의 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 불합리한 규제가 대거 쏟아졌던 것처럼 세월호ㆍ싱크홀 사고 등을 계기로 문제적 규제가 한꺼번에 탄생할까 우려된다”며 “규제를 아무리 풀어도 다시 만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입찰제도와 보증제도 변별력 강화 △부실기업 퇴출 △업역체계 유연화 △불공정관행 개선 등도 방향 설정에 따라 ‘헛발질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형기자 kth@
올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 4년차다. 지난 3년이 집을 설계해 기초를 닦고 벽을 쌓아 지붕을 얹는 기간이었다면 남은 2년은 내부 인테리어와 각종 편의시설을 완성해야하는 마무리 단계다. 투자를 가로막는 ‘암덩어리’로 규정하고 지난 2년 간 숨차게 달려온 규제와의 전쟁도 이제는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처럼 건설ㆍ부동산 규제 역시 뿌리 채 뽑기가 쉽지 않다.
그 동안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부처별 규제정비계획을 각각 제출받아 목표 달성률을 점검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할당된 규제개혁 건수은 투자활성화를 위한 핵심과제 10개, 일반적인 규제개선과제 179개 등 모두 189개로 전 부처를 통틀어 압도적 1위였다. 2위 보건복지부(70개)보다 100개 이상 많았다. 가히 ‘규제의 요람’으로 불릴만 하다.
문제는 국토교통 분야의 암덩어리 규제 189개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규제개혁 과제를 수치화해서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규제점검 방식을 돌연 바꿨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체감형 규제개혁’을 재차 강조하면서 수치화된 할당식 규제개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높고 파급력이 큰 단 한 건의 규제를 푸는 것이 일반적인 규제 100개를 없애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른바 양적 관리에서 질적 관리로의 전환이다. 각 부처들이 기업과 국민들의 현장애로를 직접 듣고 해법을 찾겠다며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규제개혁 작업이 양에서 질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어제까지 살생부 규제 명단이라며 관리하다가 갑자기 내팽개치고 체감형 규제를 찾아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은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체감형 규제 개선에 올인
체감형 관리방식으로 바뀌면서 건설ㆍ부동산 분야의 규제개선도 현장 애로해소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녹지ㆍ관리지역 공장의 증개축 규제가 완화됐고 법령 부적합 조례와 같은 지자체의 ‘임의 건축규제’도 상당수 정비됐다. 특히 녹지ㆍ관리지역 공장 규제로 전국 4000여개 공장이 혜택을 봤다.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덩어리 건축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입지규제최소구역과 건축협정 제도도 맞춤형 규제개혁의 대표주자다. 건축, 도시계획, 교통영향 및 개선대책, 경관 등 4개 심의를 합치고 건물 환경 및 에너지 관련 7종의 인증제도 역시 통합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계단형ㆍ대각선 등 기형 건물을 양산하고 사업성을 떨어뜨렸던 ‘사선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건물 각 부분의 높이를 도로 반대쪽 경계선까지 거리의 1.5배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도로에서 일정거리를 띄우는 건축한계선 등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선제한만 없애도 용적률이 10% 높아진다.
또 발전용량 200㎾이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설치절차가 간소화됐고 주거지역 내 주상복합 건물의 일조기준도 합리적으로 바뀌엇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1만∼3만㎡ 규모의 자투리 땅도 그린벨트에서 쉽게 풀 수 있게 개선됐다.
건설산업 분야에선 1년 이내 신생 건설사들의 일시적인 자본금 미달을 일부 눈감아주고, 전문건설업자의 직접시공계획서 제출의무를 면제해주는 등 규제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분야는 과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푸는데 집중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이 2014년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규제개혁의 신호탄을 쐈고, 서울ㆍ수도권의 1순위 청약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는 등 청약 규제도 대거 풀렸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에 이어 최근에는 ‘세대 간 병합 금지’ 규제도 일부 해제됐다.
◇한쪽에서 풀고, 다른쪽에선 다시 조이고…
이 처럼 규제 개선에 열심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엉뚱한 규제를 다시 찍어내고 있다. 정부는 건설사고와 부실공사를 초래한 시공ㆍ감리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안전관리만 전담하는 ‘안전감리자’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사 회계투명성 강화, 가계대출 관리강화 등의 명분을 앞세운 각종 대책들도 자칫 ‘수위 조절’에 실패할 경우 건설ㆍ주택업계를 옥죄는 규제의 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 불합리한 규제가 대거 쏟아졌던 것처럼 세월호ㆍ싱크홀 사고 등을 계기로 문제적 규제가 한꺼번에 탄생할까 우려된다”며 “규제를 아무리 풀어도 다시 만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입찰제도와 보증제도 변별력 강화 △부실기업 퇴출 △업역체계 유연화 △불공정관행 개선 등도 방향 설정에 따라 ‘헛발질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형기자 kth@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