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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설기술 傳承시스템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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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7회 작성일 16-01-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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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30년 전에 입사하였던 첫 직장의 선배 한 분이 귀향하겠다고 선언한 자리에 참석하였다. 필자의 전 직장은 원자력 발전소 설계와 사업관리에 주력하는 회사였다. 그 자리는 전 직장의 퇴직자 모임이어서, 그 분 외에 1980년 초 벡텔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글로벌 원자력 건설사업의 사업관리 기술을 전수받아 원전기술 국산화 1호인 영광원자력 3ㆍ4호기(한빛원자력 3ㆍ4호기)의 사업관리체계를 구축해 UAE 원전 수출의 초석을 놓은 원자력 건설산업의 국산화 주력 기술자들이 같이 모였다. 그들 대부분은 물리적인 나이 때문에 은퇴하고 집에서 손자를 보거나 중소기업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분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필자가 입사했을 1980년대 중반, 당시 그들은 과장과 차장의 직위에 있었다. 그들은 벡텔 등 유수 기업의 절차서를 익히기 위해 반출해 와서 밤새도록 복사하여 본사의 자료실을 채웠고 선진 시스템의 원리와 개념을 집요하게 이해하려는 열정의 소유자들이었다. 당시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을 시기였고, 선진 기업 엔지니어들도 우리 선배들의 열정을 높이 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업의 비밀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을 그들은 선각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해냈던 것이다.

 그들은 교육과 직장 내 교육훈련(OJT)을 통해 습득한 원전 기술을 바탕으로 , 원천 기술을 가진 선진기업 엔지니어를 옆자리에 두고 도움을 받아가면서 원전 건설체계의 국산화 작업을 착실하게 실행하였다. 필자를 포함한 후배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구축하였던 시스템의 개념을 이해하고, 최적의 시스템 운영을 통해 물밀듯이 밀려오는 20여기의 원자력 발전소 물량을 처리하느라 옆도 돌아보지 못하였다. 이제 와서 그들 세대와 필자 세대를 특징지어 본다면, 그들은 노와이(know-why) 지식을 가진 세대이고 필자 이후 세대는 노하우(know-how) 지식을 보유한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국산화된 시스템에서 일한 필자 세대에 비해 훨씬 더 글로벌화되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압축경제 시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국내 인프라를 건설하였던 실적과 시스템은 수출 대상 국가 관계자에게 보여주고 자랑거리로 삼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그 실적과 시스템이 국내에 최적화된 것이고 수출 대상 국가의 해당 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단지 참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노하우’보다 ‘노와이’ 가 더 필요하고, 글로벌화된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러한 상황이 비단 원자력 건설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른 인프라시설 관련 산업계도 비숫한 상황일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2기 지하철 기본설계와 해저 석유비축기지 기본기술을 도입해 국내에 적용한 토목기술자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기술 전수 노하우를 기술 도입국의 기술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우리 기술과 상품을 판다면 이는 서구 선진국가의 기업이 가지지 못한 우리만의 강력한 세일즈포인트가 될 것이다.

 국내 건설기업은 건설 관련 학과 졸업생을 신입 사원으로 채용해 바로 현업에 배치하지 못하고 거의 2년 가까운 시간을 교육시킨 다음에야 회사가 요구하는 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대학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현행 대학 교과과정과 산업체의 필요 지식 사이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체계에서 이러한 문제가 일거에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의 사회환경 속에서 이러한 틈을 메우는 데에 퇴직한 선배 기술자들의 헌신적인 재능 기부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수년간 산업계 주변을 맴돌다 우리 산업계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고 낙심하고 낙향하거나 칩거하는 사례가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인프라 시설물 건설기술의 국산화 인력 활용 분야와 그들의 지식을 어떻게 국가 지식 데이터베이스로 담아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그들의 재능을 흔쾌히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도 개발되어야 한다.

 공익적인 재능 기부에 적정한 대가 지불이 전제된다면 이는 실버 엔지니어의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될 것이다. 이러한 기능이 대학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 건설산업계는 실버 엔지니어와 청년 엔지니어가 상생하고 기술의 ‘세대 전승’ 모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 건설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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