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입찰 ‘가격’에서 ‘가치’로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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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99회 작성일 16-01-12 13:16본문
<기획>'규제풀고 민자끌어' 3% 성장 이루자<2부>(상) 건설산업 발목 잡는 규제
정부는 올해부터 종합심사낙찰제를 본격 시행했다. 덤핑입찰과 저가수주, 품질저하, 산업재해 유발이라는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 이외에 공사수행능력과 사회적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에 앞서 작년에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폐지됐다. 공사원가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실적공사비는 공사비가 계단식으로 하락하는 구조여서 저가공사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신 계약단가와 시공 단가, 입찰 단가 등을 수집, 축적해 공사비를 정하는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도입했고 공사비 산정 및 관리기관도 개편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발주기관의 ‘甲질’ 개선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발주기관의 갑질은 대부분 공사비 삭감을 위한 불공정 거래행위들이다. 최저가낙찰제나 실적공사비가 발주나 입찰 과정에서 공사비를 깎는 제도라면 발주기관 갑질은 설계변경을 인정하지 않거나 정당한 비용을 주지 않는 등 입찰은 물론 공사과정, 준공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제도 개선과 불공정 관행 근절은 정부가 적자공사가 속출하는 공공공사 입찰과 발주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제값 주고 제값 받기’ 문화 정착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직도 적정공사비 확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믾기 때문이다.
△발주기관 맘대로 깎는 공사비
먼저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는 행태는 여전하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기관이 예정가격 작성 과정에서 회계예규 기준과 다르게 공사비를 삭감하는 행태가 여전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발주기관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비를 줄이고자 단가를 임의로 깎거나 2∼3년 전 기준으로 적용하는 행태가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특히, 품셈 하락이나 실적공사비 적용으로 이윤은 물론 일반관리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공사비가 박해졌는데 적격심사 공사비 기준이 되는 입찰가격산식은 지난 1997년 것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실태라고 전했다.
공사비 300억원 이상의 공사입찰에서 물량내역 수정이 가능한 고난이도 공종의 경우 설계변경 증액이 되지 않는데 일부 발주기관은 대상공종을 과도하게 늘려 입찰을 집행하기도 한다.
3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도 대형공사와 같이 표준시장단가 적용공종은 저가 투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셈은 건설사의 노력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중에서 실제로 시공된 공사비를 80%대로 깎으면 기준 실적공사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찰 반복되는 기술형입찰
기술 평가를 통해 고품질의 시설물을 건설한다는 취지의 기술형입찰에서도 공사비 후려치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정부와 주요 공기업이 실시한 기술형입찰 50건 가운데 절반인 25건은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한차례 이상 유찰을 겪었다.
건설사들의 불참 이유는 공사비 수준이 공사를 수행할 수준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사를 따자마자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이 같은 유찰이 기술형입찰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기술형입찰은 최저가낙찰제와 달리 낙찰자 결정 시 기술경쟁을 평가한다. 그런데 제도의 취지가 변색돼 설계적합최저가방식과 같은 최저가낙찰제보다 공사비를 더 깎을 수 있는 입찰방식을 채택하는 발주기관도 많다.
설계적합최저가에서는 설계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합격’이고 낙찰은 가격을 가잔 낮게 써낸 곳에 돌아간다. 최저가낙찰제에서의 저가심의도 없다.
업계는 기술형입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확정가격최상설계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설계적합최저가와는 반대로 공사비를 정해놓고 설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정부 역시 최근 확정가격최상설계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Price’ 아닌 ‘Value’
그러나 이 역시 공사비를 턱없이 낮게 책정해놓으면 의미가 없다. 발주기관과 정부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입찰과 건설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선진국에서는 낙찰률이라는 개념도 별로 없고 낙찰금액보다는 전체적인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격에서 가치로, 프라이스(Price)에서 밸류(Value) 전환했다”는 것이다.
당장 공사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품질을 높이고 준공 후 유지관리까지 시설물의 전체 생애주기를 주목해 제도를 운용한다. 이 같은 제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공사 착공 때부터 바로 설계변경에 들어가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시설물의 품질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건축물 준공 이후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근시안적인 공사비 줄이기에만 급급한 형편이다.
김정석기자 jskim@
이에 앞서 작년에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폐지됐다. 공사원가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실적공사비는 공사비가 계단식으로 하락하는 구조여서 저가공사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신 계약단가와 시공 단가, 입찰 단가 등을 수집, 축적해 공사비를 정하는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도입했고 공사비 산정 및 관리기관도 개편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발주기관의 ‘甲질’ 개선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발주기관의 갑질은 대부분 공사비 삭감을 위한 불공정 거래행위들이다. 최저가낙찰제나 실적공사비가 발주나 입찰 과정에서 공사비를 깎는 제도라면 발주기관 갑질은 설계변경을 인정하지 않거나 정당한 비용을 주지 않는 등 입찰은 물론 공사과정, 준공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제도 개선과 불공정 관행 근절은 정부가 적자공사가 속출하는 공공공사 입찰과 발주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제값 주고 제값 받기’ 문화 정착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직도 적정공사비 확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믾기 때문이다.
△발주기관 맘대로 깎는 공사비
먼저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는 행태는 여전하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기관이 예정가격 작성 과정에서 회계예규 기준과 다르게 공사비를 삭감하는 행태가 여전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발주기관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비를 줄이고자 단가를 임의로 깎거나 2∼3년 전 기준으로 적용하는 행태가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특히, 품셈 하락이나 실적공사비 적용으로 이윤은 물론 일반관리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공사비가 박해졌는데 적격심사 공사비 기준이 되는 입찰가격산식은 지난 1997년 것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실태라고 전했다.
공사비 300억원 이상의 공사입찰에서 물량내역 수정이 가능한 고난이도 공종의 경우 설계변경 증액이 되지 않는데 일부 발주기관은 대상공종을 과도하게 늘려 입찰을 집행하기도 한다.
3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도 대형공사와 같이 표준시장단가 적용공종은 저가 투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셈은 건설사의 노력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중에서 실제로 시공된 공사비를 80%대로 깎으면 기준 실적공사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찰 반복되는 기술형입찰
기술 평가를 통해 고품질의 시설물을 건설한다는 취지의 기술형입찰에서도 공사비 후려치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정부와 주요 공기업이 실시한 기술형입찰 50건 가운데 절반인 25건은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한차례 이상 유찰을 겪었다.
건설사들의 불참 이유는 공사비 수준이 공사를 수행할 수준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사를 따자마자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이 같은 유찰이 기술형입찰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기술형입찰은 최저가낙찰제와 달리 낙찰자 결정 시 기술경쟁을 평가한다. 그런데 제도의 취지가 변색돼 설계적합최저가방식과 같은 최저가낙찰제보다 공사비를 더 깎을 수 있는 입찰방식을 채택하는 발주기관도 많다.
설계적합최저가에서는 설계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합격’이고 낙찰은 가격을 가잔 낮게 써낸 곳에 돌아간다. 최저가낙찰제에서의 저가심의도 없다.
업계는 기술형입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확정가격최상설계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설계적합최저가와는 반대로 공사비를 정해놓고 설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정부 역시 최근 확정가격최상설계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Price’ 아닌 ‘Value’
그러나 이 역시 공사비를 턱없이 낮게 책정해놓으면 의미가 없다. 발주기관과 정부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입찰과 건설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선진국에서는 낙찰률이라는 개념도 별로 없고 낙찰금액보다는 전체적인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격에서 가치로, 프라이스(Price)에서 밸류(Value) 전환했다”는 것이다.
당장 공사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품질을 높이고 준공 후 유지관리까지 시설물의 전체 생애주기를 주목해 제도를 운용한다. 이 같은 제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공사 착공 때부터 바로 설계변경에 들어가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시설물의 품질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건축물 준공 이후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근시안적인 공사비 줄이기에만 급급한 형편이다.
김정석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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