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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마스다르 프로젝트가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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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2회 작성일 15-12-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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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중동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 그 중에서도 가장 부국으로 평가받는 아부다비 인근에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가 건설되고 있다. 마스다르는 아랍어로 ‘원천’이라는 뜻인데 나는 ‘미래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미 10년 전부터 조성공사가 시작된 마스다르는 아부다비 정부가 석유 고갈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하는 야심찬 사업이다.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응할 미래도시 프로젝트로 세계적 선례를 제공한 사업이기도 하다.

 마스다르는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 폐기물 제로를 지향하는 신도시다. 태양광 발전소를 비롯해 풍력과 지열, 수소발전소가 에너지 수요의 100%를 공급한다. 태양열 해수담수화 플랜트로 물을 공급하고, 화석연료가 배제된 친환경 대중교통수단만 운행한다. 일반 자동차는 진입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사막 한 가운데 들어선 거대한 친환경 실험실 같은 도시다. 약 200억 달러를 투입해 2025년에 완성되면 약 5만 명의 인구가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마스다르 같은 사례는 드물지만 뉴욕시가 진행하고 있는 ‘메도랜드’, 호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사이프’도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로 소개할 수 있을 것같다.

 메도랜드 프로젝트는 맨해튼 섬이 수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 인프라를 개조하고, 더불어 해안선 인근에 수량 조절 기능을 갖춘 대규모 건축물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이프 프로젝트는 호주의 예상 수몰지역에 수중도시를 건설하되, 지속 가능한 식량생산 시스템과 생물자원 보호 기능을 갖추도록 한 미래도시 디자인 사업이다.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지만 순수 신재생에너지를 채용하거나 수몰을 막거나 홍수ㆍ가뭄 등 기상이변에 대응하는 ‘기후변화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더불어 제로에너지 빌딩이나 친환경 미래도시 등 건축ㆍ토목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올해 가뭄과 함께 일부 재평가를 받는데 성공한 4대강살리기 사업도 명백한 기후변화 프로젝트로 분류할 수 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기후변화형 산업ㆍ시장은 미진하기 짝이 없다. 에너지 시장에서 신재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한데다 여전히 신규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예정돼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시범사업 수준이고 변변한 친환경 미래도시 조성계획도 없다. 세종시나 지방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겨우 눈길을 줄만한 프로젝트라고는 작은 섬들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자립섬 계획 정도다.

 그러나 늦은 만큼 앞으로 빠른 시장 성장을 기대해야겠다.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가파를 수 있다.

 가령 전구 시장을 참고한다면, 2010년까지 에너지 절감형 LED 전구의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LED 점유율은 90%를 넘어설 것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최근 1∼2년간 신규 건설에 착수한 에너지원만 놓고 보면 신재생 비율은 50%에 가깝다. 이 또한 10년쯤 뒤에는 90%를 넘을 것으로 본다. 국제유가가 저공비행을 계속한대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 산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방향이 정해진 산업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파리 기후변화회의의 성과와 관계 없이 기후변화형 건축ㆍ토목ㆍ플랜트 시장의 폭발도 정해진 수순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미래 기후변화 시장을 조금이라도 먼저 열어젖히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얼마전 발표한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만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누가 봐도 획기적이고 또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미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신정운 금융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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