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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건전재정 시대의 건설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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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92회 작성일 15-12-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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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정경부장

 과거 경험으로 보면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민감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면 SOC 투자는 크게 늘어났다. 반대로 긴축재정에 나서면 가장 먼저 깎인 것이 SOC 투자였다. 이를 전제로 할 때 미래 SOC 투자 전망은 극히 우울하다. 정부는 최근 45년 뒤인 2060년 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았다. 국가 살림의 장기적인 추세를 전망하고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건전재정의 시급성을 알리려는 정부의 속내가 엿보인다.

 전망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가 재량지출을 경상성장률만큼 늘려갈 경우 국가 채무가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2.3%에서 2060년 62.4%까지 치솟는다는 시나리오다. 경상성장률은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경제성장률을 의미하는데 정부의 세입은 주로 경상성장률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재정지출도 별다른 통제 장치가 없는 한 경상성장률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상당히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지출이 의무화돼 있거나 줄일 여지가 없는 사회보험 관련 지출, 복지 지출, 고령화 관련 지출, 지방이전 재원, 인건비, 이자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세입이 늘어나는 정도로 재량지출을 늘린다고 해도 나랏빚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어서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은 재정지출의 구조조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당연히 정부는 전망 자료에서 매년 늘어나는 재량지출액의 10%를 삭감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38.1%로 2016년 예상치보다 오히려 낮아진다는 추정이다.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운영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가 그나마 완충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게 국가재정 외에는 딱히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채무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같은 어려움이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건전재정이 불가침의 목적이 돼 무조건 줄이려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필요한 사업에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한 투자를 미루다 장래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우(愚)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데도 선거를 위해 선심용으로 건설하는 시설이나 호화 청사 등과 같이 그동안 예산 낭비로 지적받아 온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전재정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재정지출의 구조조정은 건설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나쁜 소식이다. SOC 투자의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건설투자에 SOC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도시의 노후화가 점점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상ㆍ하수도를 비롯해 학교시설, 지하철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시설들의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돼 더 이상 정비를 미룰 수도 없는 시설들이다. 앞으로 이런 시설들의 투자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건설산업계는 향후 건전재정 시대를 대비해 각 지역별 생활밀착형 시설에 재정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됐고 산골오지에도 4차선 도로가 뚫려 있는 마당에 신규 도로나 철도 건설은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생활밀착형 시설의 확대는 여로 모로 득이 될 수 있다. 신규 SOC 건설에서 불거질 수 있는 예산낭비 지적을 막을 수 있고 대형 SOC 사업보다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4대강처럼 건설산업계가 신규 SOC 건설 때마다 짊어졌던 정경유착의 의심에서 벗어나는 것도 득이면 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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