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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로 2건 중 1건이 유찰되는데 ‘최저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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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00회 작성일 15-12-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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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대로 지하차도 턴키공사에 설계적합 최저가방식 적용

 업계, 기술형입찰 취지 무시하고 저가경쟁만 부추겨 비난

 부족한 공사비로 인해 기술형입찰의 유찰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의 대형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가 발주돼 건설업계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유찰로 인해 공공 시설서비스 공급이 차일피일 지연되는 상황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가격경쟁만 부추겨 재정을 절감하려는 발주기관에 대한 실망감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는 최근 조달청을 통해 턴키방식의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공원화 사업(1단계)을 발주하고, 본격적인 착공채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서울 양천구 신월IC에서 경인2지하차도 종점부까지 왕복 4차로의 지하차도를 신설하고 지하차도 상부에 1만5600㎡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추정금액은 653억원 규모다.

 이곳은 서울시내에서 가장 만성적인 교통적체 구간 중 하나로, 이 공사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중인 제물포터널 건설공사 및 경인지하차도 건설공사와도 연계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공사가 적기에,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유는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이라는 낙찰자 결정방법 때문이다.

 이는 설계심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입찰참가자를 대상으로, 가장 낮은 투찰금액을 써낸 시공사에게 실시설계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설계점수 통과기준을 65∼80점까지 설정할 수 있으나 기술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을 통해 최저가 제안이 채택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업계에게는 사실상 ‘무한 최저가’로 여겨지는 방식이다.

 일반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라 하더라도 부적정공종 수를 따져 일정수준 이상의 저가투찰을 방지하는 보조장치가 마련돼 있는 반면,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은 무리한 덤핑수주를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조달청을 통해 집행된 기술형입찰 중 설계적합 최저가 적용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한 업계관계자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추정금액 자체만 놓고 봐도 공사비가 넉넉치 못한데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으로 저가경쟁까지 벌이라니, 발주자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올해 발주된 기술형입찰 2건 중 1건의 적어도 한차례 이상 유찰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입찰에 참여할 업체가 있는지부터가 의문이고, 경쟁이 이뤄진다한들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공사가 걱정된다는 뜻이다.

 시장전문가들도 설계적합 최저가 방식은 현 시장상황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발주자들이 유찰로 인한 공공시설 서비스 지연을 우려해 공사비 증액이나 내역조정 등 시공사의 부담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만 유독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도 기술형입찰의 유찰사태 방지를 위해 설계적합 최저가와는 정반대인 확정가격 최상설계 적용 확대방안을 모색 중이고, 덤핑수주 예방을 위한 총점(설계 및 기술제안) 강제차등제 적용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한 시장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설계적합 최저가는 시장여건이나 기술형입찰의 취지 등은 도외시한 채, 예산이나 재정절감을 위해 업계의 저가경쟁만 부추기는 처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며 “이로인해 거듭된 유찰로 착공이 차일피일 지연되거나, 자칫 부실시공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공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서류 접수는 내년 1월12일까지며 제안서 접수마감은 내년 4월26일이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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