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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甲질 뿌리뽑기' 국토부·공정위 제재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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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5회 작성일 16-01-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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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규제풀고 민자끌어'3% 성장 이루자<2부>(하)

 공공 발주기관의 ‘갑(甲)질’에 대해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를 통한 ‘사후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토교통부는 발주시스템 개선을 통한 ‘예방’에 무게를 뒀다.

 먼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나서서 건설산업 발주시스템의 최정점에 있는 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을 손봤다. 2014년말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를 대상으로 건설사 등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적발해 154억4500만원의 과징금 처벌을 내린데 이어 지난해에도 두 차례 발주처의 갑질을 제재했다.

 과징금 규모로 보면 지난해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자공원사에 대한 과징금 156억3000만원이 가장 컸다. LH는 공사비 부당 삭감의 전형인 ‘단가 후려치기’로 제재를 받았다. 건설사와 사전에 협의한 설계변경 단가 대신 낮은 단가기준을 적용하거나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깎은 혐의다. 2010∼2013년까지 LH가 대금을 삭감한 공사는 23건, 공사대금은 23억1300만원이었다. 공정위는 LH의 공사비 부당 삭감, 부당 지원 행위 등에 대해 146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수자원공사도 2008년 주암댐 여수로 공사 등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공사와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무차별적으로 단가 후려치기를 했다가 적발돼 10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에는 국가공기업에 이어 지방공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했다. 경기도시공사, 충남개발공사, 울산도시공사, 경남개발공사, 광주도시공사, 전남개발공사, 전북개발공사, 제주개발공사, 경북개발공사 등 9개 지방공기업은 공사비를 부당 삭감하거나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갑질을 했다가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국가와 지방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발주처라는 거래상 지위를 악용해왔던 실태가 공개된 것이다.

 특히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공사대금 부당 감액, 간접비 지급 청구원 원천 차단, 과태료 전가 등 이른바 ‘불공정거래 3종 세트’가 적발돼 업계의 빈축을 샀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7억3200만원에 그쳤지만 발주처 갑질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토부는 공공 발주기관의 불공정 계약관행에 메스를 댔다. 공정위 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가 드러난 LH,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국토부 산하 4대 공기업과 논의를 거쳐 지난해 9월 ‘건설공사 발주자 불공정관행 개선방안’을 내놨다.

 개선방안을 통해 공사비 부당 삭감의 원인이 됐던 공기업의 내부 규정을 삭제하고, 공사비 산정기준이 되는 예정가격 산정방식도 ‘설계금액의 ±2∼±3% 내’로 운영키로 했다. 터널공사 가적치장 운영비 등과 같이 발주처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건설사에 떠넘기는 관행도 없애기 위해 내부 지침을 바꿨다. 소송, 클레임, 손해배상 등 발주기관에 대한 시공사의 정당한 권한을 원천 봉쇄했던 부당 특약도 손보기로 했다. 아울러 설계, 감리 등 건설기술용역 분야에서 관행화된 ‘대가 지급없는 업무지시’도 금지키로 했다.

 국토부-공정위 간 공조를 통한 ‘발주처 갑질 뿌리뽑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타 부처 공공기관의 동참 속도가 느리고 건설현장의 체감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처 갑질이야말로 숨어있는 ‘대못 규제’”라며 “끈질지게 제재하고 관행을 바꾸는데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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