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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말바꾸는 민자정책 '경전철 잔혹사'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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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49회 작성일 16-01-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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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규제풀고 민자끌어' 3%성장 이루자<3부>(중)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시작부터 송사에 휘말렸다.

 18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민간개발사인 한국인프라디벨로퍼사가 “2014년 서울∼세종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적격성 검토도 없이 반려 처분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국토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당시 국토부는 이 회사가 제출한 민자사업 제안서를 한 달여 만에 반려했다.

 이 회사는 또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 2단계인 ‘안성∼세종’구간에 대해 GS건설이 제안서를 제출했고 국토부가 이를 접수한 것에 대해서도 효력정지신청을 냈다.

 이우제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당시엔 사업 추진 여부와 추진방식 모두 정해진 것이 없었다”며 “이번 소송으로 인한 사업 지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민자업계에선 “국토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평가다. 걸핏하면 말을 바꾸고 약속을 뒤짚는 정부 민자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2004년 정부계획에 처음 반영된 직후 10년 넘게 롤러코스터를 탔다. 민자업계의 최초 제안으로 출발했지만 2008년 예비타당성조사와 2009년 타당성조사를 통해 경제성이 확인되자 국토부는 재정방식을 고집했다.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민간 자금조달이 어렵고 사업착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최근까지도 사업 방식을 놓고 민자방식을 선호하는 재정당국과 줄다리기를 해왔다. 결국 10년만에 나온 결론은 사업성이 좋은 1단계(서울∼안성)는 도로공사가 먼저 착공하고 추후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2단계(안성∼세종)만 순수 민자로 추진하기로 했다. 민자업계는 “국토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개통 시기는 7년 넘게 늦어졌고 민자정책에 대한 업계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민자사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울 경전철 사업 역시 정책당국의 말바꾸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서울 경전철 9개 노선 중 신림선(여의도∼서울대)을 빼고 모두 헛돌고 있다.

 서울 경전철 사업은 총사업비가 9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전임 오세훈 시장의 경전철 사업을 취소하기로 했다가 재추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박 시장은 기존 7개 노선(신림·동북·면목·서부·우이신설 연장·난곡·목동)에다, 위례신사선과 위례선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와 차등요금제를 폐지하고 경전철에도 도시철도와 동일한 요금제를 적용키로 방침을 바꿨다. 민자업계 관계자는 “박 시장 취임 후 지하철 9호선 요금 관련 소송 등을 보면서 민자사업의 예측가능성이 훨씬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경전철 사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면목선(청량리∼신내동)은 민간사업자 모집공고에 잇달라 고배를 마셨다. 결국 서울시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지정을 취소하는 대신 정부와 민간이 사업위험을 분담하는 위험분담형(BTO-rs)과 손익공유형(BTO-a) 방식을 추가로 허용해 새롭게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동북선(왕십리∼상계)도 우선협상대상자와 차순위 협상대상자가 잇달아 사업을 포기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목동·난곡·우이신설연장 노선도 아직까지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권력이 바뀔 때마다 민자정책이 춤을 춘다면 민자시장의 활성화를 어렵다”며 “서울 경전철 사업의 잔혹사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민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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