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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의 위상은 합리성과 투명성에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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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3회 작성일 16-01-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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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새해, 공공건설시장의 체질개선을 이끌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2년에 걸친 시범사업도 사실상 마무리됐고, 계약예규를 필두로 한 대다수 발주기관들의 세부기준 등도 이미 마련됐거나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 ‘밀어내기’ 의혹 속에 발주된 최저가 공사들에 대한 입찰이 오는 3월까지는 명맥을 이어가겠지만, 늦어도 내달부터는 종심제로의 체제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 건설공사에 적용될 종심제는 최저가제도의 대안으로, 전체 국내 공공시장(금액기준)에서 약 30% 내외를 차지한다.

 지난해 조달청의 공사 집행내역을 보면, 최저가 대상은 모두 47건, 총 2조496억원 규모가 집행됐다. 적격심사와 기술형입찰, 수의계약 등 전체 집행규모 8조7531억원 중 약 23.4%를 차지했다.

 해를 넘겨 올초 개찰이 집행될 최저가 공사 9건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주 기준으로는 결국 30% 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격심사나 수의계약 공사수주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는 대형사와 중견사를 비롯, 그간 공동도급방식으로 적정 수주규모를 유지해왔던 중소업체들이 종심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범사업을 거쳐 전면시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 ‘공’은 개별 발주기관으로 넘어왔다.

 계약예규라는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직접 입찰을 집행하는 발주자가 각기 특성에 맞게 기준을 수정, 보완하며 운영해 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업계의 눈매가 예사롭지가 않다.

 종심제 시행과 관련, 각사의 유불리가 엇갈리고 기업규모 별로도 첨예한 대립도 여전하지만, 제도 운영을 앞둔 발주자의 혹시 모를 ‘갑질’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갑질’이란, 발주자 입장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권한과 위상 강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세부기준이나 운영방식 상으로는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평가의 가미 여부라고도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몇몇 발주자들은 종심제와 관련 인위적으로 낙찰률을 통제, 관리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거나 소위 ‘밑 보이거나 잘 보인’업체를 선별할 수 있는 심사요소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마도 발주자는 ‘갑’, 입찰참가자(건설사)는 ‘을’이라는 오랜 관성을 깨지 못해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갑의 권한과 위상은 결코 을를 옥죄거나 굴복시키려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작금의 건설시장에서 발주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란 시대적 조류 속에 불공정 관행에 대한 철퇴는 예외가 없다는 점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발주자 입장에서도 종심제와 같은 새로운 제도 도입과 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이나 재정 운영상 걱정도 많을테고, 사사건건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여온 업계도 볼 성 사나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제도 운영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제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업계(을)의 신뢰과 믿음이 바탕이 돼야만, 진정한 발주자(갑)의 권한과 위상이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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