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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지켜보는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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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02회 작성일 16-02-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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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자다. 지금까지 비전 있는 사업에 투자해서, 좋은 시절에 부동산과 주식ㆍ채권에 투자해서 부자가 됐다. 헌데 2016년 2월 지금은, 마땅히 투자할 데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은행에 돈을 묵혀놓고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경기가 엉망이라며, 고용ㆍ생산을 이끌 수 있게 투자를 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돌려놓았다.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폭을 더 확대하겠다고 으름짱까지 놓는다. 이제는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시간이 흐르는 만큼 저축 수수료, 현금 보관료가 빠져 나간다. 아,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냉정한 정답은, 금고를 사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최후의, 금단의 부양책이다. 중앙은행이 지금 경기상황을 얼마나 불안하게 봤으면 그런 무지막지한 수단을 내놓았을까 생각해보면, 사실은 투자할 때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아예 갖고 있던 주식도 팔아치우는 게 낫겠다. 모두 현금화해서 금고에 넣어두면, 시간이 흐르는 만큼 돈을 버는 것이다. 금고 안에서 내 돈이 편안히 쉬는 사이, 금융시장에 아우성은 높아지고, 결국 나는 또다른 기회를 맞을 것이다.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생겨난 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유로존에 이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했고, 미국의 옐런 연방준비위원장도 마이너스 금리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이것은 모두 은행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전세계 금융시장은 전혀 화답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대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운 셈이 됐다.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오히려 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경기회복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절망에 빠졌다. 다행히 국제유가가 반등 국면으로 돌아섰고 각국이 금융시장 충격 완화조치에 나섰지만 경쟁적인 금리인하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한 배경도 이해가 간다.

막대한 가계부채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것은 경기부양에 역행하는 조치여서 당분간 검토조차 할 수 없다.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 등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1.25%로 한 번 더 낮추는 부양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럽ㆍ일본처럼 금리인하 조치가 경기불안 심리을 한층 고조시켜 역풍을 맞을까 무섭다. 시중 돈이 금고에 잠기는 유동성 함정도 현실적인 걱정이다. 결국 동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역풍 우려만 조금 잦아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물경기로 판단해도, 각국 중앙은행들 분위기로 판단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금리 인하는 경기 개선에 얼마나 역할을 해줄까? 주택부동산 시장에는 얼마나 호재가 될까?

금리를 낮추면 돈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고 그것이 경기 개선에 전방위적으로 기여한다. 그런데 지금은 딱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도록 주택관련 대출 규제를 풀어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리를 낮춘다고 주택시장이 극적인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혹시 약간 효과가 있더라도, 오히려 훗날 금리인상 속도가 높아질 때 부동산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는 부메랑이 더 무섭다.

세계 각국이 한 번도 경험 없는 무시무시한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돌입한 것처럼, 우리도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를 허우적허우적 헤쳐나아가고 있다. 그 효과와 역효과가 어떻게 펼쳐질지 벌벌 떨면서 끌려가는 모습이다. 그저 구조적인 금융불안을 키우는 방향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신정운 금융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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