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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건축설계용역 평가지침'...업계 파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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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210회 작성일 16-02-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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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주처에 '충성도'관련 배점 44점...신종 갑질 우려

   조달청이 업계 공청회 한 번 없이 지난 12월부터 시행 중인 건축설계업계 대상 용역 평가지침에 대해 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평가 항목이 모호하고 주관적이어서 발주처의 ‘갑질 횡포’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국토교통부가 강조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건축설계산업을 육성한다는 당초 취지에도 어긋나 업계로부터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는 조달청이 작년 12월부터 갑작스레 시행한 ‘건축설계 용역 평가지침’이 과도한 행정규제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행 대상인 업계에 의견 조회 한 번 없이 조용히 시행하고는 지난 1월 말 일방적으로 ‘설명회’라며 업계에 평가지침을 통보해버린 식이어서 대형업체들은 부당함을 토로하고, 중소업체 중에는 관련 내용들을 아직 인지조차 못한 곳들이 많다.

 조달청이 이번 건축설계 용역 평가제를 도입한 배경은 ‘건축설계업체의 경쟁력 강화’ 및 ‘우수한 설계업계 우대’, ‘설계과정의 역량평가’다.

 조달청 시설사업기획과는 “현재는 실적, 작품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우수한 건축설계 용역 업체들을 선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작품성 위주로 낙찰받는 설계공모가 의무화된 현재 지나친 과다설계로 예산이 초과되고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전반적인 설계품질 저하가 우려스러워 업무 성과품을 검증하는 평가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평가 대상에 들어가는 건축설계 용역은 ‘맞춤형 서비스 대상공사(발주하는 수요기관에 전문인력이 없어 조달청이 대행해주는 사업)’의 건축설계 용역과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조달청장이 설계적정성 검토를 실시하는 용역이다.

 작년 조달청이 맞춤형 서비스 사업관리를 제공하 사업은 총 86건(4조6744억원), 이 중 일괄대행 사업이 49건(3조2378억원), 설계관리가 30건(9623억원), 심의대행이 7건(4743억원)이다. 그 외 설계적정성 검토 대상 사업은 작년 한해 동안 총 116건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주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이 조달청에 의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부분 설계공모 사업들이 조달청의 용역 평가 대상 사업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처럼 파급력이 큰 제도를 시행하면서 업계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달청은 2014년 9월 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통해 ‘건축설계용역 평가지표 및 기준개발 연구용역’을 발주한 후 작년 3월 결과물이 나오자 이를 토대로 6월 간담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33개 설계업체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참여했다.

 이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업체 임원은 “처음부터 조달청이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역시 간담회 참여업체 구성 방식의 허점을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 평가는 설계업체와 건축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그날 간담회 참석자 대부분이 조달청 사업을 주로 수행하는 업체들의 영업담당 임원들이었다”며 “평가지표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내용이었는데도 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는 평가지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건축설계 용역에 대한 평가점수는 중간설계 평가 50점, 실시설계 평가 50점을 합쳐 100점 만점이다. 이 중 평균 90점 이상, 종합평가 점수가 상위 10% 이내인 설계업체는 우수 설계업자로 지정돼 앞으로 조달청 참여 사업에서 입찰 가점을 최대 1점까지 받는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평가표 항목들을 찬찬히 뜯어본 업체들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100점 만점 중 발주처 지적사항을 반영하는 ‘충실성’ 항목에 22점이나 배점되어 있다. 이렇게 지적사항 항목이 있는데도 ‘지침준수’라는 별도 항목이 마지막에 한 번 더 추가된다. 여기서 발주처의 지시 및 협의사항을 얼마나 성실하게 반영했느냐의 여부로 다시 추가 6점이 배점되어 있다. 이어 발주처가 협의 시 부를 때 얼마나 성실하게 부름에 응답하는가를 살피는 항목인 ‘책임건축사 참여도’와 ‘협의 및 보고’ 항목에 16점이 배정된 상태다.

100점 만점 중 총 44점이 발주처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평가항목들인데, 이를 또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불량 등 5개 등급으로 점수를 나눈다. 등급 구간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전혀 제시가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구간별로 사전조사 성과품을 조사해 오차 범위별로 구간을 나누는 등의 정량적 기준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조달청의 신종 수퍼갑질”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한 중견사 업무부 임원은 “평가항목들을 보니 조달청이 부를 때마다 오고, 설계변경 지시하면 즉시 변경하라는 의미”라며 “정성적 요소가 워낙 많아 설계 대가지급 및 대가산정의 불합리함에 대해 업계가 조달청에 항의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평가위원장이 조달청 직원인데 앞으로 용역 수행하며 불만을 토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렇게 업계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조달청의 용역 평가지침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며 고개를 젓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조달청이 워낙 막무가내 식으로 지침 시행을 밀어붙였다. 원래 초안에는 ‘시공 중 설계 평가’항목이 있었는데 이를 빼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며 “조달청이 이런 식으로 일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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