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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공사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부당”유권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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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14회 작성일 23-11-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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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급등하자, 부당특약 급증

발주처, '공사비 조정 금지' 특약 넣어 

기재부 "국가계약법 취지 안맞아"  유권해석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최근 2~3년 사이 발주기관들이 계약서에 일방적으로 추가하고 있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 조항은 국가계약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기획재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렸다.

작년 국토교통부에 이어 기재부의 결정이 추가된 만큼 현장에서는 공공기관과 지자체 전반에서 부당 특약을 강제하는 움직임이 근절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권고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1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계약에서 국가계약법령상 계약금액 조정제도를 배제하는 특약이 속출한 것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금액 조정을 금지하는 특약은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이란 계약 당사자의 책임이 없음에도,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동으로 입찰 시보다 물가가 일정 기준 이상 급등할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제도다.

공공공사에서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정한 대로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 3% 이상의 증감이 발생한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특정규격의 자재별 가격변동이 15% 이상인 경우 해당 자재만 별도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단품 슬라이딩 제도’가 마련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 조항을 추가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수급불안 및 가격변동이 장기화되며 공사비를 예산 범위 내에서 관리하기 어려워지자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갑질 행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2020년 말부터 철근ㆍ레미콘을 중심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일부 발주처가 공사비 증액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물가변동 배제 특약’까지 계약서에 추가해 발주를 강행하며 물의를 일으켰다”며, “건설사에 입찰규정 변경을 요구하는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상급 기관에 민원을 넣어야만 조항이 철회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내려준 만큼 조달청을 통해 불공정한 계약 규정이 상당 부분 바로잡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함정’이 있다고 우려한다.

기재부가 유권해석의 마지막에 ‘구체적 사안에서 부당 특약에 대한 판단은 계약 당사자의 몫’이라고 덧붙인 탓이다. 다시 말해, 이 부당 특약 때문에 공사 손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한다면,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얘기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전형적인 관료적 발상에서 나온 유권해석”이라고 평가한 뒤, “지금처럼 발주물량이 적어 건설사들이 일단 급한 대로 수주고라도 채우려는 상황에서는 무리한 입찰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공공입찰 시장이 시장경제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데 이런 부당 특약에 대해서는 또 시장경제 잣대를 들이대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부당 특약을 금지함으로써, 갈등이 빚어진 후에야 계약 조항이 변경되는 소모적인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민간공사에서 더 심각한 갑질 조항으로 작용하며, 최근 1∼2년 사이 발주된 민간공사 계약서는 이 특약 조항이 대부분 추가되어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사 중단 현장이 속출하자 국토부는 작년 4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당 특약을 강제하는 발주처가 속출하며 건설사와 원청 사이의 갈등은 물론이고, 원ㆍ하도급사간 갈등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공사 중단과 법적 공방에 따른 비용 소모도 상당하다.

대형 건설사 법무팀 임원은 “이번 기재부의 권고처럼 정부의 유권해석이 오히려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법 해석의 여지를 주지 말고, 법 취지에 따라 공정한 계약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장을 정리하는 것도 정부의 업무다. 부당 특약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계약금액 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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