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적정공사비와 낙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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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61회 작성일 16-03-31 09:43본문
“모든 게 가격 위주입니다. 품질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가격만 보면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지적은 그동안 건설업계가 입이 닳도록 지적해온 저가공사의 폐해와 적정공사비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하소연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말은 건설업계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최근 자리를 함께한 한 건설자재업체의 K부장에게 업계의 염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다.
K부장의 하소연은 계속됐다.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이윤은 돼야하지 않느냐며 적자를 보는 구조에 업체들이 고사하고 있다는 열변이 이어졌다. 건설사들이 해외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를 국내 현장의 협력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나름의 분석까지 내놨다.
물론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원가절감이 지상과제가 된 건설사들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수많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건설업계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정부와 발주기관의 원가절감을 명분으로 한 ‘甲질’에 신음했던 경험을 돌아본다면 K부장의 하소연도 한번쯤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표적인 적자공사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는 각각 종합심사낙찰제와 표준시장단가로 전환됐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행해졌던 발주기관들의 ‘甲질’은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고, 국토교통부도 공정거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물론 이 같은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적정공사비 확보에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들 성과가 기존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진일보한 조치라는 점에서 건설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명심할 것은 이 같은 성과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건설업계의 후방산업 파급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건설공사에서 적자가 나면 하도급사, 자재업체, 장비업체는 물론 건설현장 근로자에까지 악영향은 광범위하게 퍼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형건설사가 이익이 나면 이른바 ‘낙수효과’로 하도급사와 자재 및 장비업체, 건설근로자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이 번진다는 논리가 인용되곤 했다. 이 때문에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 제도 폐지에는 종합건설사는 물론 전문건설업계와 건설노동계까지 한 목소리로 뭉쳤다.
그러나 K부장의 하소연처럼 협력업체들은 아직 낙수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낙수효과가 없다면 적정공사비 확보의 명분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재벌이나 금수저들의 ‘갑질’이 주요 이슈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 개인의 그릇된 행동은 소속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개인의 갑질은 물론 기업의 갑질 역시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정석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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