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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똑똑한 발주자’ 나올 수 없는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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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26회 작성일 16-03-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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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했다가 감사 맞는다’

 방향성ㆍ재량권ㆍ투명성이 과제  

<이노베이션 DNA를 바꿔라>

1부.실패에 답이 있다

(2회)돌고도는 입찰제도

 흔히 건설산업 입낙찰제도의 혁신이나 선진화를 위해서는 ‘똑똑한 발주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선진국의 성공사례가 발주기관들이 혁신을 주도한 결과였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외국의 선례를 들지 않더라고 건설산업에서 차지하는 발주자의 위치를 고려한다면 똑똑한 발주자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발주자들은 똑똑하지 못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일 수도 있다.

 조달청과 국토교통부 산하 4대 공기업 등 주요 발주기관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발주제도를 잘못 운용하거나 제도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방향성과 재량에 있다.

 전문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발주기관들은 충분히 똑똑하다. 그러나 ‘똑똑한 머리’를 어디에 쓰고 있는지,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고 쓰는지가 문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입낙찰제도 운용기준의 무게추는 예산절감에 치우쳐있다. 일례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발주기관들의 ‘甲질’ 역시 대부분 예산절감을 위한 편법들이다. 예산을 줄이고자 편법 운용한 기준들을 보면 전문성이 돋보일 정도다.

 품질과 안전은 예산보다 하위 가치일 수 없다. 그러나 품질은 당장 드러나지 않고 예산절감 성과는 당장 드러난다. 발주자는 당연히 당장 드러나는 성과에 주목하게 된다.

 이 같은 예산절감 위주의 행정은 싸구려 시설물을 양산해 품질과 안전, 유지보수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예산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근시안적’이라고 지적되는 이유다. 예산에서 품질로 무게추를 옮기는 것이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예산과 품질에 같은 무게를 두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근시안적 행정은 중앙정부와 감독기관에도 그 책임이 크다.

 똑똑한 발주자의 요건으로 지목되는 것이 재량권과 책임행정이다. 그러나 현 제도 하에서는 발주기관이 중앙정부의 회계예규 등을 벗어나 재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재량을 발휘했다가는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 책잡히지 않을 정도의 소극적이고 획일적인 집행에 머물게 된다.

과거 시도된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는 중앙정부가 발주기관에 재량권을 주려해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것이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발주기관 스스로 ‘똑똑해지지 않으려 한’ 셈이다. 예산절감 위주의 감사문화 등 입찰행정을 둘러싼 환경이 발주기관을 복지부동으로 내몬 것이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상급기관의 지침없이 발주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감사원 감사나 감독기관 지적 때문에 소극적인 해석에 그치는 면피용 입찰행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기관이 능력이 부족해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것인지, 중앙정부 관여로 발주자의 능력이 상승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것”이라며 “그렇지만, 발주자가 공사 특성을 잘 알고 있는만큼 가장 적합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발주자 재량이 강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량권 강화에는 투명성 확보가 선결과제다.

 혁신이란 기존 제도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제도에서 벗어난 행정에는 투명성 시비나 특혜 논란이 나오기 쉽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채 발주자의 재량을 강화하면 로비력에 따라 입찰결과가 좌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자의 재량권을 강화하는 방향은 맞다”며 “그러나 로비나 부정이 없고 투명성이 확대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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