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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까지 헐값만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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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6회 작성일 16-03-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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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술형입찰에서 유찰이 잇따라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올 최대 시설사업으로 불리는 서울∼세종(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공사 11ㆍ12공구가 경쟁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찰되는가 하면 총사업비 5조원이 넘는 에코델타시티 개발사업도 입찰이 무산돼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또 철도완성차 안전시험 연구시설과 수원컨벤션센터 건립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공사가 경쟁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 책정으로 건설사들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술경쟁을 유도한다며 기술제안 입찰방식을 도입했지만 발주기관들이 가격 가중치를 높여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시설사업의 발주자는 예산에 맞춰 양질의 시설을 원하는 기간 안에 확보하고, 건설업체는 공사 시공을 통해 적정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발주기관들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사업비를 줄여 공사를 발주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 같은 시설예산 쥐어짜기는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값을 주지 않고 제대로 된 시설물을 확보할 수는 없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인프라를 헐값으로 만들 경우 시공질 하락으로 유지ㆍ보수 비용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부족한 공사비는 원도급업체는 물론 협력업체들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킨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족한 비용으로 제대로 된 물건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유찰이 거듭되는 횟수가 아니라 정부의 무능에 있다. 인프라를 제때 건설해 국민 편의를 증진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당국이 계속되는 유찰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할 생각은 않고 먼 산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이함과 무책임의 극치다. 당국의 판단이 그럴진대 제대로 된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헐값에 의존해 기반시설들을 설치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사용할 시설을 제대로 건설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적정공사비를 지불하고 철저하게 관리해 제때 제대로 된 시설물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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