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깍는 쇄신 중 '뒷북 제재'…국민들은 “또 담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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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42회 작성일 16-05-09 10:01본문
지난해 8월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 72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모였다.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공공공사 입찰참가제한 등 행정제재가 해제된 이후 스스로 비정상적인 관행을 뿌리뽑겠다며 가진 '자정결의 및 사회공헌사업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와 선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불공정 관행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심화시키게 됐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치열하게 반성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과거의 관행을 일소하고 공정사회 구현에 적극 동참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국가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난 4월 건설사들은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 신세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LNG(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을 적발하고 3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검찰에 고발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공정위의 제재가 자정결의 이후 오래 지나지 않아 내려진 데서 비롯된 오해다.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12건은 2005~2012년에 걸쳐 발주됐고 담합을 위한 건설사 간 합의도 2009년까지 3차에 의해 이뤄졌다.
담합 합의가 끝난지 적게는 7년에서 길게는 10년이 지난 가운데 조사와 제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건설사들은 자정결의를 하고도 담합을 되풀이하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원주~강릉 철도 등 담합 제재가 추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원주~강릉 철도도 자정결의 2년 전인 2013년 발주된 공사로 건설사들은 원주~강릉 철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제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담합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담합을 통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가져갔다는 것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건설사들은 부당이득보다는 박한 공사비와 물가변동 등에 따른 적자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합이라는 잘못된 수단을 동원한 면도 없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평택 LNG 저장탱크 22·23호기 입찰의 경우 설계시점 대비 입찰시점에 자재비가 상승해 낙찰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공정위도 인정하고 있다.
뒤늦은 담합 제재로 인해 이런저런 오해들이 쌓여가면서 시장에서는 '그랜드 바겐(일괄 처리)'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당초 건설사들은 담합 자체가 잘못이긴 하지만 정부가 1사 1공구 등 담합을 유도한 책임도 있는 만큼 과징금을 일괄 부과하는 '그랜드 바겐' 조치를 요구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그랜드 바겐'을 통해 담합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가 결국 '그랜드 바겐'에 난색을 표하면서 건설사의 담합은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돼버리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1차적인 문제는 담합을 합의하고 실행한 건설사에 있지만 입찰제도 운영 등에 있어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그랜드 바겐' 등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다면 지금과 같은 부작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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