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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입찰 평가의 핵심은 발주자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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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8회 작성일 16-06-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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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 입ㆍ낙찰에서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공정한 입찰과 전문적인 평가다. 현재까지 드러난 주관부처 인식은 ‘공정한 평가=공정한 배분’이다. 능력 있는 업체에 물량이 몰리지 않게 게임의 룰을 경쟁보다는 배분 방식에 방점을 찍어 왔다. 경쟁은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함을 주장한다. 주관보다 객관성을 더 중시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수단으로 가격 차이를 들었다. 변별력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향 평준화시켜버렸다. 건설업에 등록하면 곧바로 입찰참가자격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격 평가는 어쩔 수 없이 최저가 낙찰제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시장에서 반발했다. 채산성 악화로 부실시공을 초래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변별력 없는 최저가는 분명 문제가 있다. 건설공사에 예정가격이 정가인 것처럼 낙찰가와의 차이를 부당이득 혹은 억울한 손실로 둔갑시켰다. 전자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고 주장이다. 후자는 산업체 주장이다. 일률적이면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게 건설공사의 속성이다. 양질의 완성품을 최저가로 얻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거론할 필요 없다. 하지만 건설공사는 정가를 매길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非)복제·비(非)반복이며 발주자의 요구도 주문과 주문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잘못된 주장으로 상당수 국민들은 예정가격을 정가로 인식하여 낙찰가격이 높으면 부당이득으로 판단해버린다. 언론도 여기에 동조한다. 심지어 법원에서도 벌과금을 부과할 때 부당이득의 기준을 예정가격 대비 낙찰률로 산정한다. 선진국일수록 변별력 없는 최저가는 기피한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발주자 역량을 강화시킨다. 국내 공공 공사에서도 변별력 없는 최저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종합심사낙찰제로 대체했다.

몇몇 기관의 시범사업과 제도를 보면서 회의감이 드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기술형 입찰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1970년대 말부터 ‘한국형’이라는 용어가 즐겨 사용되었다. 수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도와 제품 기준을 선진국형으로 바꾸되 전면적 도입이 아니라 한국식이어야 한다는 토씨를 달았다. 외국 것을 우리 몸에 맞게 재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틀렸다. 속은 내 것을 고집하면서 화장만 고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글로벌 챔피언인 IT와 전자, 그리고 자동차 등은 ‘한국형’이 아닌 글로벌 시장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형’ TV나 전자기기, 자동차로 세계 시장에서 상품화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게 핵심이다.

기술입찰의 본질은 기술과 역량에 대한 변별력을 선별하는 평가자의 수준에 달렸다. 발주자의 가장 큰 책임은 가장 싼 값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낙찰자를 선정하는 데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입찰자의 기술과 역량을 선별하는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 기술은 객관성이 있지만 상대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피평가자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역량을 발주자는 가져야 한다. 발주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앙조달 방식을 택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일부에서는 미국도 조달청(GSA)을 두고 중앙 조달을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조달청은 입·낙찰 대행기관이 아니다. 정부로부터 시설공사를 위임받아 입·낙찰에서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당연히 조직과 막대한 인력이 투입된다. 국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크다.

종합심사낙찰제 정착의 성공 여부는 발주자 기능과 역할, 그리고 책임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당연히 기능과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20년 전에도 이런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준비는 하지 않았다.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표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중앙 조달, 순환보직제를 유지하면서 기술형 입찰로 포장하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기엔 내수시장이 너무 좁다. 글로벌 시장 확대만이 생존의 길이라면서 게임의 룰을 ‘한국형’으로 하는 것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종합심사낙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체도 기술력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변별력이 없다고 하면서 발주자별 평가기준 차이를 부정하는 모순된 주장은 버려야 한다. 정부의 몫은 외국에 비해 비용 낭비를 야기시키는 계약 제도와 기술 제도를 손질하는 일이다. 공공발주기관의 역량 강화 주문과 함께 순환보직제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게임의 룰이 작동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개별 기업이나 개인의 선호도는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후순위일 뿐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복남(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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