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에필로그> 달라도 너무 다른 韓日 발주자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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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32회 작성일 16-07-14 11:58본문
얼마전 취재차 일본 동경을 다녀왔다. 일본 국토교통성을 방문했고 일본 굴지의 대형건설사 및 중견건설사 임직원들과도 인터뷰 및 면담을 가졌다.
사실 이번 취재 목적은 우리나라 공동도급과 유사한 일본의 JV(조인트 벤처) 관련 제도와 현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이보다는 훈훈한 일본의 현 건설시장 분위기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강력한 확장 정책기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발주자와 업계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이렇듯 호황(?)을 이야기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건설산업은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련 법령도 그렇고 원하도급 구분이나 지역의무 적용 등 많이 닮아 있다. 오랜 경기침체와 초고령화, 저성장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점도 같다.
하지만 양국의 체감 건설경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일본 건설사들은 20년 가까운 극심한 침체기를 벗어나 또다른 도약과 성장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적극적인 수주영업은 물론, 고용도 크게 늘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술투자도 확대하고 있다고 큰소리 쳤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재건사업과 더불어 공공시장에서는 크고 작은 공사발주가 끊이지 않고 있고, 도심에서는 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도만 하더라도 과거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활발한 개발사업과 더불어 회기하면서 다시금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귀를 쫑긋하게 했던 건, 공사비(손실)나 이윤 걱정은 전혀 없다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발주자의 마인드가 우리네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 등 발주자들은 지난 3∼4년전부터 스스로 적정 공사비보장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품질확보법을 도입해 공사비를 늘여 품질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 여러 입찰제도가 있지만 평균 낙찰률도 80%대에서 85%, 그리고 현재 90%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 우리의 표준시장단가와 비견되는 적산기준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시공단가도 크게 높였다. 예규로 정한 표준품셈이나 제비율도 무시하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되는 대목이다.
대신, 일본은 늘어난 공사비와 기업의 적정 수준의 이윤이 고용창출과 기술투자, 사회공헌 등을 통해 제대로 환원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야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도 하고, 침체된 경제도 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마인드다.
일본 사람들은 속내와는 관계없이 이방인에게 매우 친절하면서도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멀리 바다 건너온 기자에게도 굳이 어두운 면을 드러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 발주자들에게 다른 이면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더라도 일본 공공시장의 분위기는 우리의 사정과 오버랩되면서 부러움 그 자체였다.
일본 취재내내 우리 발주자들이 일본 발주자들의 마인드를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바람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바람은 일본 출장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와 우리 공공시장을 취재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우리 발주자들도 건설공사는 무조건 ‘퍼주기’고 공사비는 ‘깎아도 된다’는 식의 고정관념만이라도 이제 내려놓을때가 되지 않았을까.
건설경제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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